유시민 “北핵실험,日 진주만 공격 때와 흡사”…‘집단적 무책임’의 발로
[쿠키 정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북한의 핵무기 실험을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 비유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유 장관은 북한 핵실험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9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핵실험은 북한 지도부의 '집단적 무책임'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 장관은 북한 핵실험의 배경을 분석하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공격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일제가 진주만 공격 감행 여부를 놓고 각료회의를 할 때 모든 각료가 속으로 '미국을 공격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회의 분위기 때문에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 상황을 '집단적 무책임'이라 하는데 이번에 핵실험을 결정한 북한 지도부도 그랬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즉, 북한 지도부도 핵실험을 해서는 안된다는 속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나 회의 분위기 때문에 누구도 그런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이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핵실험이 이뤄졌고 김 위원장은 전 세계를 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어 북한에 대한 모든 지원이 중단될 경우 김정일 정권은 10년 안에 망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단둥을 통한 중국의 물자 투입까지 모두 중단된다면 북한 정권은 10년 안에 망할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 체제가 붕괴돼 통일 기회가 오더라도) 남한과 북한의 경제력 차이가 워낙 큰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독일 통일 과정을 예로 들며 "당시 동독은 양반이었다. 동독은 사회주의 국가 중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다. 그랬지만 통일 이후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그런데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 중에서도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얼마전 새터민(탈북자) 건강검진을 실시했는데 직접 가봤다. 그런데 남북한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을 비교해 보면 키가 무려 15㎝나 차이 난다. 그리고 건강상태가 너무 심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국민이 할 말을 못하고, 생각이 다르다고 처형하는 나라가 이 세상에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 민중으로부터 나오는 혁명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북한에선 4·19혁명이나 5·18 민주항쟁처럼 민중이 중심이 된 혁명 같은 게 일어날 수 없다고 본다"며 "북한 주민은 김정일 1인 통치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평가했다. 그 원인으로는 "한국은 그래도 일제시대 이후 민주국가라는 틀 속에서 민중의 역량이 성숙돼 있었다"며 "하지만 북한은 조선시대 왕의 통치,일제시대 총독의 통치,그리고 바로 김일성 주석에 의한 1인 통치로 넘어갔다. 민중의 역량이 성숙될 수도 없었고 그럴 시기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친미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쨌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문명화되고 기술력이 높고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라며 "그리고 중국,러시아,일본이라는 세 강대국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주 센 친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부의 대북지원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색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유 장관은 "현 정부에서 계속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개발 등을 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쪽으로 보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비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어떻게 되는가. 남한과 북한은 각각 따로 유엔에 가입돼 있는 국가다. 그런데 북한 정권이 갑자기 붕괴할 경우 중국이 우선권을 행사하려고 들면 어떻게 하나. 그때 중국에서 우리에게 너희들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 이렇게 물어볼 경우 정말 할 말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그 연장선에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북 분단상황에 대해서는 "먼 훗날에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한반도를 모델로 공부할 지 모르겠다"며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50년 동안 서로 다른 체제와 환경 속에 살면서 두 집단이 언어 문화 체질적으로 얼마나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지에 대한 연구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