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안희정을 비롯, 왜 이해찬을 옹립하려고 그리 애썼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략적으로도, 명분상으로도 전혀 이익이 없었다. 내가 아는 한 갑작스런 이해찬의 등장은 결국 친노세력이 유시민으로 집결하는 것이 싫었던 사람들 만든 사건이라는 게 가장 자연스러운 설명일 것이다.
이해찬은 정치 인생 전체에 걸쳐 단 한번도 대중 정치인의 행보를 보인 일이 없다. 미디어를 상대하는 일에도, 대중들을 설득하는 일에도 아주 서투르다. 이건 정치인 이해찬에게 전혀 나쁜 일이 아니다. 그의 신뢰와 우직함을 보여주는 좋은 면일 뿐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대중적 호소력을 극대화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정말 위험한 선택이었다.
김한길 등 몇몇 열린우리당 인사들은 아마 유시민으로 후보 단일화가 되었으면 당을 깨고 문국현과 새당을 만들거나 민주당 등과 제 3의 길을 모색했을 것이다. 친노진영 인사들은 이 시나리오를 두려워 한 거다. 결국 친노가 분열의 씨앗이 되어 차기 대권을 갖다 바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김한길류에게도 거부감이 적고 친노의 대표성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이해찬이다. 이건 정치인들에겐 말할 수 없이 좋은 일석 사조 오조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건 자기들 만의 생각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국회의원 숫자로 정치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역구 조직이 유일한 정치조직인 사회가 아닌 거다. 지금은 국회의원 스무명 데리고 정치해도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기만 해도 얼마든지 집권할 수 있다. 정보와 지역의 격차가 거의 없는 시대다. 지역구 조직이 맨투맨으로 정치하는 시대도 아니고 정치인들 일거수 일투족이 전부 인터넷과 미디어로 쏟아지지 않나.
정치인들이, 특히 젊은 정치인들이 문제인 게 바로 그거다. 그들은 대한민국 사회에 사는 게 아니라 정치민국에 산다. 정치사회 모두가 정치하는 소집단에 속해서 살고,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정치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니 이 소집단의 틀을 못 벗어나는 것이다.
이해찬이 정치인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이었던 만큼, 국민들에겐 정교한 정치공학으로 탄생한 교묘한 줄타기 같은 느낌을 준다. 유시민이 이해찬 밑으로 갔다고? 이해찬이 누군데 유시민을 부리나? 이것이 젊은 층들의 대체적인 반응이고 보면, 정치인들의 감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일상인으로부터 괴리되어 공중을 떠다니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한명숙 유시민 이해찬 단일화는 표의 40%에 해당되니 정동영은 그 날로 아웃이라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 그러나 생각있는 사람들은 절대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이해찬은 사실 조순형을 상대하기도 버겁다. 스스로 대중적으로 축적해놓은 정치적 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인지도 대중적 브랜드가 선거철에 잠깐 형성되지 않는다.
예상대로 단일화의 효과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저런 얼척 없는 논리로 유시민 지지자들을 협박하던 자들은 단 한 마디 사과나 반성이 없다. 오히려 대중들을 가르치며 역사의식이 필요하다며 설레발이다. 단일화논리를 내가 걱정하던 이유가 뭐겠는가? 선거철에 급조되는 정치아젠다, 새로운 정치이미지 이런 것은 백프로 실패하는 것이다. 결국 정동영과 이명박에게 나라를 갖다 바치는 꼴이 될 수가 있었기에 그런 것이다.
아직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사실, 인위적인 단일화를 하는 순간부터 참여나 열정으로 시민들을 이끌기는 부족한 경선판이 되고 말았다. 이제부터 모든 것은 개개인의 각성과 열망으로 결론이 날 것이다. 우리의 열망이 온갖 삘짓과 협잡을 이길만큼 강하다면 승리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이 글은 분명 욕을 먹고 비판 받겠지만 나를 욕하고 비판하는 분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알고 존경하기에 달게 받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런 일을 행한 자들은 반성해야 하며 역사 앞에 끌어내어 속죄시켜야 한다는 걸. 국민들을 가르치고 협박하는 자들에게 우리의 마음이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똑똑히 인식시켜야 한다는 걸.
협잡과 인위적인 정치공학을 강요했던 정치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들은 우리를 친구와 동지로 부르지만, 나는 감히 말한다. 당신들은 우리의 동지가 아니다. 우리의 부하다. 라고. 우리의 명령을 거스르는 당신들은 우리의 적이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