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저녁에 대구에 있는 한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작년까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함께 일하던 후배입니다. 지금도 그 단체의 사무처장으로 살림을 살고 있는데 서울에 오면 제 방에서 자고 가는 사이, 전화만큼은 무지하게 퉁명하게 주고받는 그런 사이입니다.
노마: 전화가 잦다. 자주 하지 마라. 바쁘다!
후배: 나도 바빠요!
노마: 그지? 얼른 끊자. 전화요금 많이 나올라.
후배: 할 말만 하고 바로 끊을게요. 일 정말 그딴 식으로 할 거요?
노마: 이 너므** (파르르르)
후배: 물어봅시다. 노대통령 평양 가시는 날 아침에 뭐할 거요?
노마: ???.......!.....!!!!!
후배: 어이그. 그런 생각도 안 하고 살지? 예. 계속 그렇게 바쁘게 사세요.
2.
할 말이 없었습니다. 후배에게 크게 한방 먹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전 참 한심한 놈입니다. 평화통일관련 시민단체의 집행위원장을 지냈던 놈이, 초기 노사모 회원으로 그 누구보다 노짱님을 사랑한다고 으쓱거리며 다녔던 놈이 왜 그런 생각도 안 해봤을까요?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왜 그토록 방관자처럼 지켜보기만 하며 지냈던 것일까요? 도대체 뭘 했던 걸까요?
새삼 인터넷으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뉴스들을 다시 훑어봤습니다. 한차례 일정이 연기되면서 김이 빠져버렸다고 하기엔 너무도 언론의 관심도가 낮았습니다. 지지자들의 글 중에서도 뜨거운 마음으로 쓴 글을 좀처럼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역사적인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 이슈는 신정아 학력위조사건 따위에 밀려 한쪽에 처박혀 있었습니다.
노짱님이 '걸어서 분계선을 넘을 것이다. TV로 전 세계가 지켜볼 것'이라는 청와대발 뉴스만이 겨우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갑자기 겁이 덜컥 났습니다. 'TV로 전 세계가 지켜보는데 국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별 감흥이 없어 보인다?'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등골이 서늘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모든 것을 노짱님의 원맨쇼에 맡겨 놓고, 곶감 빼먹듯 성과만 누리려 한 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최소한 노짱님의 역사적 행보에 격려라도 하지 않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서라도 뭔가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태의연한 방식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장 손쉽게 해 왔던 방식으로 노짱님의 장도에 응원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3.
저는 2007년 10월 2일 새벽에 청와대 앞으로 갈 생각입니다.
탄핵 때 노짱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그 심정 그대로, 촛불을 들던 그 손에 한반도기와 태극기를 들고 청와대를 나서는 노짱님을 배웅하려 합니다. 경호팀들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자제하며, 그러나 청와대를 나서는 노짱님에게 마음이 전달될 수 있을 정도로 깃발을 흔들며 잘 다녀오시라는 응원의 함성을 질러 볼까 합니다.
혼자 가긴 쑥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하려 합니다. 대구에서 전화로 힌트를 준 후배 녀석을 불러올리려 합니다. 함께하던 회원들도 불러올리려 합니다. 지금의 직장 동료도 데려오고, 노사모, 참평포럼 등을 통해 인연을 맺었던 분들에겐 기왕이면 가족동반으로 나와 달라고 부탁하려 합니다. 가급적 여럿이서 청와대 앞으로 가 보려 합니다.
허황되긴 하지만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광화문을 가득 메웠던 그때 그 촛불 인파가 다시 모여 노짱님의 장도를 응원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 물론 허황된 생각이기 쉽습니다. 청와대 앞이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도 아닌데다, 출근 전 시간에 얼마나 모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통일문제에 열의를 가진 사람들만 조촐하게 모이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안된다고 미리 주눅이 들어 해보지 않고 물러설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노사모가, 참평포럼이, 서프라이즈가 앞장서 준다면,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을 돕는 분들까지 뜻을 모아 준다면, 그리하여 소문이 나 일반 국민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해 준다면, 노짱님께 크나큰 힘을 실어드리는 것은 물론 TV를 보는 전 세계인에게 감명을 줄 수 있는 명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제발 말하진 말아 주십시오.
4.
언제나 그랬듯이 모든 것은 한 사람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만의 생각은 아닐 거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내가 전부터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런 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한번 모이면 안 되겠느냐고 제가 좀 더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만약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다면 10월 2일 새벽 6시~7시 경 청와대 앞에 모여보면 어떻겠습니까?
저랑 같이하기 싫다면 친한 분들이랑 따로 모이셔도 좋습니다. 청와대 앞이 싫다면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이셔도 좋습니다. 너무 멀다면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노짱님이 지나가실 법한 길목 길목에 모이셔도 좋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응원합시다.
헬리콥터로 가시게 된다면 하늘을 보고 손을 흔들고, 차로 지나신다면 차를 향해 목청껏 응원합시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조차 감명받아 함께할 정도로 열성을 다해 한반도평화의 획을 그으러 방북하시는 노짱님을 성원해 줍시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가 쓰기 싫어도 쓸 수밖에 없게, KBS, MBC, SBS, YTN이 찍지 않고 못 배기게, 그리하여 전 세계 통신사들이 전 세계 방송사들이 우리의 통일에 대한 의지를 자국민들에게 타전하게, 노짱님이 분계선을 넘기 전의 그 짧은 나절을 온통 감동의 물결로 만들어 봅시다. 통일에 대한 우리 의지를 북녘 동포들에게까지 전해봅시다.
당장 오늘 있을 경선에 관심이 쏠려 있는 줄 압니다. 맞습니다. 그 일은 그 일대로 소중합니다. 그러나 또 이 일은 이 일대로 소중하지 않습니까? 이 일에도 이젠 마음을 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함께해 주시길 부탁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 꼭 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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