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은 유시민이 된다는 제 말을 들은 사람들이 더러 저를 비웃었지만, 나는 그 분들을 향해 가소로운 쓴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제겐 스스로 그랬습니다. 자기 최면인지, 스스로 도취되었는지는 잘 모르겠고, 분석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데 후회가 밀려 옵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순간의 기억 속에 빈틈이 있었고, 내가 좀 더 잘했더라면, 제주와 울산에 연고가 있는 분에게 좀 더 집요하게 지인을 소개받았더라면..., 그런 후회가 자꾸 듭니다.
아래는 제가 특위 위원장을 수락하면서 시민특별회의에 인사말로 올린 글입니다. 이 글과 함께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주어진 임무를 성공하지 못한 시민특위 위원장의 반성과 변명을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토지공개념입니다.
지난 8월 25일 토요일 저녁에 새벽편지님의 전화를 받고, 앞으로 시민광장이 시민특위 체제로 움직이게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영문을 모른채 긍정의 대답만 쭉 했는데 그러다 대뜸 시민특위원장으로 추천되었으니 맡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잘못 거신것 아닌가 하는 의문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에 묻어나는 다급한 심정을 느끼고 곧장 시민광장 사무실로 달려갔습니다. 시민광장은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해 왔으나 현재 모든 회원들과 시민들의 참여가 절박한 시점임을 듣게 되었습니다.
시민광장은 지난 창립대회를 시작으로 8.18 대번개를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우 많은 일들을 아주 훌륭하게 치루어 냈습니다. 그래서 시민광장이 일구어 낸 활동들은 때론 급조(急造)된 듯 하나 첨맘님의 든든한 전국조직으로 구축되었습니다.
하지만 시민광장에 회원으로 가입하시는 분들중에 대다수는 팬클럽 차원에서 첨맘님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분들에게 첨맘님을 둘러싼 거대한 조직을 뚫고 나가려는 의지를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특위가 구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팬클럽 차원으로 가입한 회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국적인 이벤트,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시민특위에서 만들어야 하고, 진행시켜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선거법이라는 자기 검열을 통과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움직여야 합니다. 시민특위가 바람을 만들면서 가야 합니다. 더욱 많은 경선투표자가 생겨나야 합니다.
특위위원장 인사를 짧게 적을려고 했는데..., 말이 길어졌네요.
앞으로 특위위원들과의 회의와 아이디어 공유를 통해 이벤트를 정하고, 전국적인 특위 조직이 이러한 이벤트를 적용하고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유빠에겐 안어울리는 말인데, 전략적 전투모드에 돌입하다 보니,
군대에서 까이면서(혹은 까면서) 듣던(혹은 말하던) 말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안되면 되게 하라!"
이상으로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8.18 대번개때 우리가 첨맘님의 출마선언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급조(急造)된 듯 하지만 시민광장이라는 전국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시민광장에 가입한 회원들은 순박하다고 표현해도 어울릴만큼 착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분들이기에 첨맘님을 좋아하는 것이겠지만, 배려하고 관용하는 평소 습관대로 시민광장에서의 회원 활동을 하고 계셨습니다.
회원들 중 많은 분들이 그렇게 팬클럽 차원에서 첨맘님을 바라보았기에, 그 분이 쓴 책과 연설에 감동하여 ‘참 훌륭한 정치인이구나...’ 하는 정도로 감성적인 정치 참여를 하고 계셨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시민광장 회원들은 첨맘님을 둘러싼 거대한 조직에 대해 직시해야만 했습니다. 첨맘님 주위로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을 서슴치 않고 사용하는 집단들로 둘러 쌓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건너편 차떼기 정당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박스떼기와 동원경선 유공자를 극찬하는 집단을 우리 눈으로 목격했지 않습니까? 그 집단이 현재도 한 정당안에 최대 계파를 가진 조직입니다.
그 집단은 합동연설회장에서 우리 후보에게 야유를 해대는 자들을 방조하는 조직입니다. 제가 어떤 말을 더 해야 저 거대한 조직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애초 팬클럽 차원에서 첨맘님을 지지하시는 분들에게 저 거대한 조직을 뚫고 나가려는 의지를 요구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명령’이라는 단어에 다소 거북한 반응을 보인 회원분들이 간혹 계셨지요.
이제 지나간 일인지라 저의 과격한 용어 사용에 마음에 부담을 다소 느끼신 분들은 넓은 마음으로 용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 시기이니 더 단련되고 더 성숙한 시민광장 회원으로 부디 남아 주십시오.
오늘 저녁에 시민광장 중앙참여일꾼팀 회의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그 회의에서 시민광장 향후 방향에 대하여 논의될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비상시에 위원장을 맡아 책임과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저의 대한 처분을 달게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슬픔과 노여움을 간직한 채 우리의 때(時)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아직 최면이나 자기도취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유시민, 그는 제게 아직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