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팠습니다.
울산.제주 경선일 아침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의 어리석음과 이기심이 혐오스러웠고, 네티즌들의 냄비 열정이 싫었습니다. 이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가능하면 분노의 감정을 피하고 싶어서 시민광장도, 서프라이즈도 건성으로 훑고 지나갔습니다. 오랜 만에 인터넷 영화까지 봤습니다. 그간 노력해 준 전북시민광장의 회원님들에게 글 한줄 남기지 못했습니다.
벌써 시민광장의 눈팅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음이 보입니다. 아픔과 분노를 피하고 싶은 심리에서 일부러 들여다보지 않는 네티즌도 있겠지만 그 이유가 전부가 아님은 우리 스스로가 느끼고 있습니다.
단조로운 일상중에 며칠간 짜릿한 긴장감을 자아내던 경선이란 연극은 끝이 난 것입니다. 혹시나 영웅적 활동을 기대했던 유시민이란 배우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뭔가 미진하고, 이건 아니라고 게시판에서 절규하는 몇몇 네티즌들을 두고 돌아서려니 마음 속에 자괴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돌아서면 세상이 다 그런 것을 나를 탓할 사람도 없고, 나만 스트레스 받아야할 이유도 없습니다. 나만 왜 이런 마음의 짐을 져야합니까.
맞습니다. 내 얼굴에 민주개혁세력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사명감을 누구로부터 부여받은 적도 없습니다. 비웃음을 받은 적은 있어도 치사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어쩌면 억울하고 나만 손해보는 느낌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아니라고 외치는 나의 노력이 나만을 위한 행동이 아님에도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사회가 원망스럽고, 결과만은 같이 누릴 것을 생각하면 손해보는 느낌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냥 무관심한 저 많은 대중 속에 스며들면 됩니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내가 책임질 일도 없습니다. 설마 세상이 망하기야 하겠습니까.
그냥 이대로 있고 싶습니다. 주변의 세상은 내 작은 힘으로 두드리기엔 바위에 돌던지기처럼 반응이 없습니다. 내 작은 몸부림이 아무 의미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러나...며칠을 생각해도 사라지지 않는 내 양심의 자괴감과 모멸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어린 여학생이 불량배들에게 끌려가는 모양을 보고도 돌아선 후에 느끼는 자책감을 상상해 봅니다. 내 아이를 두고 생각해 봅니다. 차라리 보지 않았더라면 합리화라도 가능하지...난 그만 보았습니다.
난 노무현을 사랑했고, 유시민을 사랑했습니다.
난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까칠하거나, 내가 싫어하는 버릇이 있거나, 남에게 설렁탕을 잘 사거나, 그런 것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습니다.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통해 그들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아닌 줄 알면서도 비상식과 불합리에 타협하거나 가슴에 묻어갔던 나를 일깨워 주고, 주변을 일깨워 준 데 또한 감사했습니다. 타협하기에는 부끄럽고, 외치기에는 용기가 없는 나를 대신해 준 그들이 고마웠습니다.
나에게 지난 몇년간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그들이 정치적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나 뿐만 아니라 나처럼 행복감을 느꼈던 수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아픔으로 이 모습을 보고 있음을 느낍니다.
많이 아프고 끝없이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탓은 아닙니다. 기대감만은 무한히 보냈으되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마저 만들어주지 못한 우리들 탓입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하지 않았기에 우리들 탓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5000만입니다. 이 중에 미성년자 빼고 유권자만 잡으면 4000만은 될 겁니다.
4000만 중에 우리나라 정치가 잘되어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 빼면 거의 없을 겁니다.
4000만 중에 40만, 아니 4만명만이라도 자신의 생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내에서는 정치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이 지금처럼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알고 싶지 않았지만 정치를 관찰하면서 어쩔 수 없이 느낀 경험칙이 있습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자발적 참여조직에서 그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조직원의 수는 10%가 보통이고 절대 20%를 넘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참정연의 회원수가 약 3천명이었습니다. 만약 참정연의 회원수가 3만명이었거나 참정연 소속 국회의원의 수가 30명만 됐더라도 우리당의 처지가 지금처럼은 분명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 3천명의 회원 중에 적극적으로 활동한 회원의 수를 돌아보십시요. 참정연은 그렇게 버텄습니다.
시민광장의 회원수가 지금 대략 6천명이지요. 이 6천명이 힘을 모으면 엄청날 것입니다. 그러나 이 6천명의 회원중 대부분은 참여가 너무 늦었습니다. 시민광장의 회원으로 참여한 것이 유시민 의원을 돕겠다는 서약은 되지 않지만, 지금처럼 정치에 대해 냉소적인 사회분위기에서 참여해 준 사실만도 고맙지만... 어쨌거나 유시민은 그런저런 이유로 눈물을 흘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