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4개 지역의 경선이 끝났다. 예상보다 강력한 것으로 드러난 정동영의 조직표 앞에 낙담하는 사람들이 있는 듯 하다. 뭐 이런 냄비들이 다 있나. 경선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모바일투표, 여론조사까지 포함하면 아직 5%도 끝나지 않은 경선이다. 게다가 다음 경선일까지 무려 2주의 시간이 남아 있다. 이제 정동영 측의 수법도 다 드러난 이상, 새롭게 전열을 정비하고 맞설 수 있는 황금같은 시간이 확보된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경선판세를 간략히 정리해 보자.
정동영 - 조직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반면 조직 거점을 확보하지 못한 곳에서는 취약점을 확실히 드러냈다.
손학규 - 끝났다. 남은 것은 언제 경선을 접을 것인가 하는 문제 뿐이다. 영남권에 전혀 조직이 갖춰지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손학규가 정동영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함이 입증되었다.
이해찬 -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모양 좋게 친노 단일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정치력을 과시했다. 이제 친노세력 전체를 호주머니 속에 넣은 이상, 앞으로는 친노의 울타리를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행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친노세력의 영남권 득표력을 확인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성과다.
이제 경선은 친노 대 반노의 대결에서, 정동영 대 반정동영 구도로 전환될 것이다. 손학규는 언제 접을지의 문제만 남았고, 결국은 정동영 대 이해찬의 단순구도로 중반이후 레이스가 펼쳐질 것이다.
중반전의 경선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수가 중대하게 떠오를 것이다.
1. 반정동영 전선 구축 여부
이해찬 캠프는 광주, 전남에서 반정동영 전선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 정동영이 그 드넓은 호남땅의 공천권을 모조리 접수하는 꼴을 눈뜨고 볼 수 없는 모든 세력을 끌어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설프게 손학규 쪽으로 가 붙은 세력들을 돌려 세워야 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문장을 온 전라도 땅에 울려퍼지게 해야 한다.
"손학규 찍으면 정동영 된다"
"정동영 되면, 대선은 물론, 총선까지 망한다"
이해찬의 정치력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앞으로 2주 동안, 광주/전남지역에서 손학규 정리하고, 정동영과의 강력한 2파전 구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정동영을 앞지르지는 못해도, 최대한 근접전을 펼쳐야만 다음 부산/경남에서 역전을 노려볼 수 있다.
2. 모바일 투표 신청 추이
유시민은 여전히 이번 경선의 중대 변수다. 당장 내일부터 유시민이 움직인다. 오마이뉴스에서 주최하는 네티즌과의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유시민의 의도는 분명하다. 넷심을 움직여서 모바일 투표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모바일 투표, 이건 경선의 중대 변수 중 하나다. 신청자 수가 10만, 20만, 30만 쭉쭉 늘어가는 것 자체가 정동영 대세론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가 된다. 이용희 장군이 놀라운 솜씨로 실어 나른 표가 많다지만 그래봐야 3천명 수준이다. 전국에서 엄지족들이 휴대전화로 5분안에 뒤집을 수 있는 표 차이에 불과하다.
광주/전남의 밑바닥은 이해찬이 훑고, 유시민은 온라인 곳곳을 장악하고. 이게 바로 단일화의 위력이다.
3. 추석 이후 여론조사 추이
손학규가 머지않아 아웃된다고 볼 때, 종반전의 수도권 경선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정동영과 이해찬 중 누가 본선경쟁력이 더 있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과의 가상 대결 수치가 큰 변수로 떠오르게 된다. 게다가 여론조사 결과는 직접적으로 10% 반영되게 되어 있다.
경선구도가 2파전으로 정리되면서 수도권 경선에서는 투표율도 상승할 것이다. 워낙 덩치가 큰 유권자 집단이기 때문에 1~2% 정도의 표심 이동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정동영의 조직 동원도 많이 물타기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해당 지역의 밑바닥 조직을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전국적인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전체적인 여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경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충북 이용희 장군의 3천표에 놀라서 미리부터 자포자기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모바일 투표, 수도권 경선, 여론조사 등 네티즌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은 아직 너무나 많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