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사태 그리고 그 후 및 평가
/ 애널리
동반님 덕에 경제적 이슈와 결부된 정책적 문제에 대해 여러번 논하게 되네요. 디테일한 부분(증자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감자를 해야 했고, 출자전환 등의 채무조정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며 등)은 여기서는 별로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서 생략을 하고 가급적 ‘LG카드사태’에 대한 추이와 평가를 적어 보았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IMF로 경제가 침체된 시기에 부양정책의 일환으로 카드정책을 썼습니다.
소득이 없는 학생들과 소비에 둔감한 사람들에게 현금서비스의 한도를 무한정 늘려주었고, 삼성을 이기지 못해 안달이 났었던 LG는 카드부문 만큼은 삼성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마구잡이로 카드를 뿌렸고, 신용불량자의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카드사는 부실채권이 나날이 쌓여 가다 결국 유동성 위기에 몰려 채권단(은행들)으로부터 원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은행채권단과 LG그룹은 조 단위의 원조를 했고 급기야 LG그룹은 LG카드를 계열사에서 분리시키면서 더 이상 책임을 지기 싫어했습니다. 여기서 차후의 LG카드에 대한 LG그룹의 도덕적 책임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차례 유동성지원, 만기연장, 감자 등의 채무조정을 실시했으나 매각협상자가 나타나지 않아 일각에서는 이러다 LG카드가 청산절차에 들어가지 않느냐 하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고 은행채권단의 지원을 통해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줄이고 카드발급의 보수적 정책을 통해 회사의 안정화를 꽤했습니다.
LG카드는 결국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기업가치는 쑥쑥 커졌습니다. 이로 인해 LG카드 매각대상자가 많아졌고, 최근에 우선협상자로 신한지주가 선정되었고, 그 매각대금이 언론보도에 의하면 7조원에 육박해 국내 M&A의 최대금액을 기록하였습니다. 그 결과 9/15일 현재 주가가 58,900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과정에서 어떤 관점에서는 안 좋은 점들을 보여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투자자, 신용불량자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소액주주는 자기 돈으로 자기가 투자해서 손해봤다면 본 것이고, 신불자는 자신의 무분별한 소비행태를 억지하지 못해 발생한 것입니다. 정책적 책임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사주를 통한 피해나 구조조정을 당한 직원들의 문제는 매각협상을 통해 해결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보면 농협(15%), 신한(7.14%), 하나금융(4.17%)등의 채권단이 LG카드를 인수하겠다고 인수의향서를 내었는데, 이는 머니게임의 관점에서 보면 매각과정의 흥행을 통해 주가를 올려보겠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죠. (LG카드의 주가가 올라가면 자신들이 보유한 LG카드주식의 가치가 올라가므로)
자본주의 속의 금융업은 물리적이지 않아서 그렇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전쟁터입니다. 약육강식이 존재하고 거기서 강자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 속의 개인 역시 거기에 길들여져 있구요.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더욱 무리입니다. 전쟁에서 휴전협정을 맺지 않는 한 기습공격을 치사하다고 비난하는 경우는 없겠죠. 그런 세계의 밖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때론(위법의 경우 제외) 불합리함이 보이고 너무하다라는 생각도 들겠지요.
이 LG카드 문제는 국민경제 전체로 봤을 때는 실보다는 득이 크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LG카드가 지원을 받지 못 하고 결국 청산되었다면 그 수 많은 직원들은 어떻게 되었을 것이고, 국내 카드사에 대한 신뢰는 어떻게 되었을 것이며, 이로 인해 국가신용도는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분명 득이 클 것입니다. 사족인데 제 동생의 여친이 LG카드에서 근무하는데 아직까지 잘 근무하고 있습니다.^^
과거 정부의 정책실패를 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중재를 하였고 결과적으로도 LG카드를 업계 정상으로 올려놓았습니다. (망하기 하루 전날도 아닌 그날 새벽에 극적 타결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노조의 1700명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요구와 113명의 해고직원 복직에 대해 1차 승소를 거두는 등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M&A의 역사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며 선진국의 상생적인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부양책에 대해서..
/ 동반자살
카드사용 정책의 변화가 갑작스런 사용액의 증가를 가져왔지만 이것이 정부의 의도인가 아니면 시장에 내재되어 있는 수요의 폭발인가는 참 알 수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단계 판매회사인데요. 그 폐해가 이미 드러나고 최근에도 제이유그룹이 수천억을 해 먹은 사건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특별한 규제를 하지 않습니다. 그럼 제이유그룹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 실패일까요?
애널리님 글의 큰 틀이 제목에서도 'LG카드사태 그리고 그 후 및 평가'이며 그 내용에서도
김대중정부가 IMF로 경제가 침체된 시기에 부양정책의 일환으로 카드정책을 썼습니다.
(중략)
과거 정부의 정책실패를 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중재를 하였고 결과적으로도 LG카드를 업계 정상으로 올려놓았습니다
라는 국민의 정부의 정책 실패를 평가의 대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드정책이 실패하는 것인데요. 앞서도 예를 들었지만 어떤 정책을 시장이 받아들여서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많은 회사가 다단계판매를 한다는 거죠. 이런 기업의 성공과 제이유그룹의 실패는 시장에서 항상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일시적으로 카드대란이 온다고 해서 정책의 실패다?
게다가 애널리님은 경기부양책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카드정책에 붙이는데 기본적으로 카드사용액의 증가는 총통화의 증가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에 경기부양책이 될수 없고 소비의 증가라는 후방효과는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경기부양책에 대한 얘기를 중앙일보에서 퍼왔습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경기부양책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재정지출 확대', '감세정책', '금리 낮추기' 그리고 '환율정책'입니다.
첫째, '재정지출 확대'는 나랏돈을 시장에 많이 풀어 기업이나 개인들의 수입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돈을 푸는 방법으로 사회간접자본 구축사업을 의도적으로 하기도 합니다. 길을 닦거나 항만을 만들면 건설회사가 공사에 참여해 정부에서 돈을 받고, 건설회사는 공사를 위해 근로자를 고용합니다. 일자리가 생긴 근로자들의 수입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비가 늘어납니다.
둘째, 감세(減稅)정책입니다. 세금을 깎아주면 국민과 기업들은 쓸 수 있는 돈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를 더 하게 됩니다. 최근 정부가 근로자와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고, 에어컨과 프로젝션TV 등 24개 품목에 붙던 특별소비세를 없앤 게 대표적인 감세정책입니다.
셋째, 금리를 낮춰 경기를 띄우는 방법입니다. 금리를 낮추면 금융회사가 예금주들에게 주는 이자가 줄어듭니다. 사람들은 얼마 안되는 이자를 포기하고 소비를 늘릴 가능성은 커집니다. 또 기업들이 투자하기 위해 빌리는 돈의 이자가 낮아져 부담이 줄어듭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은행 간 초단기 금리)를 3.75%에서 3.5%로 낮춘 것도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넷째, 환율정책입니다. 환율이란 두 나라 간의 돈의 교환비율을 말하는데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기 때문에 경기를 띄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달러당 1000원에서 1200원을 쥘 수 있습니다. 기업은 이익이 늘었기 때문에 투자를 늘릴 수 있고, 종업원들에게 임금도 더 줄 수 있습니다.
한가지 사건을 두고 두가지 이상의 평가와 시선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엘지카드 수습책을 '신자유주의적 선택'이라 평가하고 애널리님은 '국민경제 관점에서 실보다 득이 크다'고 평가하는데, 월간 말지의 인터뷰에서 장하준 교수는 '관치금융의 시대는 끝났다'고 엘지카드사태를 평가하더군요.
엘지카드사태를 전후해서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외국투자자의 손에 넘어갔습니다. 엘지카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다시는 저런 방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죠. 백번양보해서 국민경제상 득이 있었다고 해도 그건 신자유주의적 선택으로 돌려야지 '당연하다'는 식의 평가는 불가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현상을 두고 여러 가지 시각은 존재해야 하지만 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느정도 합의를 이뤄야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