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이라는 프로가 있다. 유익하기도 하고(ASH님이나 내과의사님은 싫어하실 지도 모르겠다) 재미도 있어서 시청률도 높은 편이다. 이 프로 말미에 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선전이 나온다. 교묘하다. 유시민이 장관되면서 생긴 변화가 아닌가 싶다.
유시민의 장관으로서의 능력은 이미 검증이 끝난 것 같다. 아직 조중동이나 한나라당으로부터 별 말이 없는 걸 보면 장관 유시민은 대성공이다. 조직 장악력도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집권을 위해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와 행정은 다른 것이다. 유시민은 정치적으로 얼마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내가 유시민을 높이 사는 것은 그에게는 독특한 정치적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재능이 곧 능력은 아니다. 그러나 재능 없는 자의 능력은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재능 없는 자는 살리에르는 될 수 있으나 모차르트는 될 수 없다.
유시민의 정치적 재능은 개혁당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나 같은 사람을 낚아 부족한 2%를 채워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하였고, 창당시 그가 호언한 대로 6개월 만에 원내정당이 되었으며, 2003년 4월 덕양갑 보궐선거에 승리하여 신당추진의 동력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현실주의자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유쾌한 정치반란에는 냉철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덕양갑 보궐선거 당시 많은 당원들은 개혁당 간판으로 완승을 거두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노무현을 당선시킨 자부심에 들떠 있는 당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그러나 유시민은 냉정했다.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당선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을 성사시켰고 당선되었다. 선거 결과는 신승은 아니었지만 압승도 아니었다. 아마 민주당에서 후보를 냈더라면 낙선했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일 직전 민노당으로 달려가 노무현 지지를 호소했던 "앵벌이"사건과 민주당과의 연합공천을 받아 당선되고도 민주당 부수기에 앞장섰던 일로 인하여 유시민은 양 진영의 공적이 된다. 유시민이 비호감 국회의원 1위를 달리는 원인이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점들이 "정치인" 유시민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 준다. 정치에 있어서는 이념과 목적도 중요하지만 이를 관철할 수 있는 수단과 능력도 중요하다. 이념과 목적에 충실한 사람들은 수단과 능력에서 부족함을 보인다. 민노당이 그렇고 김근태가 그렇다. 수단과 능력이 앞서는 사람들은 이념과 목적, 다시 말해 콘텐츠가 부족하다. 내로라하는 대부분의 정치인이 그렇다.
유시민은 그 양자를 겸비하고 있다. 판을 짜는 능력과 풍부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히 변신할 줄도 안다. 자신이 의도한 바를 관철함에 있어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혹자는 유시민의 이런 면모를 말바꾸기나 배신으로 매도한다. 그렇지만 정치판에서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키아벨리즘을 알아야 한다. 필요한 때 마키아벨리가 되지 못하는 정치인은 도태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유시민에게도 부족한 점이 있다. 바로 권력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정권을 잡고자 하는 사람에게 권력의지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최규하가 그랬다. 어쩌면 노무현이 지금 이렇게 당하고 있는 것도 권력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시민이 집권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당면과제는 어떻게 하면 유시민에게 권력의지를 불어 넣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제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유시민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유시민에게 미안한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인생이 어디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것이던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기 위한 국회 청문회에서 유시민은 분명히 보여 주었다. 일단 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마음먹은 순간 그는 완벽하게 변신했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천부적인 재능이다. 정형근조차도 고개를 끄덕이더라.
유시민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마음먹으면 그는 해 낼 것이다. 그때 그가 보여 줄 퍼포먼스,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 곽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