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하나도 없다. 돈도, 조직도, 인맥도, 경력도, 심지어 사회 주류들 사이에서의 호감도 없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 참여한 모든 선수들이 일제히 유시민에 대해서 불편한 심정으로 신경을 쓰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뭔가 알 수 없는 폭발력, 종잡을 수 없는 대중심리가 쏠릴 가능성이 있는 그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유시민의 유일한 강점이다.
확실하게 난 유시민의 컷오프 통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지지율이야 당연히 신당 후보들중 3위급, 아니 어쩌면 1위급이겠지만, 신당 같은 난닝구의 후예들이 만든 정당에서는 지지율은 아무 관련이 없고 오로지 돈과 조직의 승부가 벌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결과였던 것이다.
하지만 유시민은 여유있게 컷오프를 통과했다. 그것도 다들 예상한 것과 달리 5등도 아니고 4등으로 통과했다. 이것은 정동영이나 손학규가 움직이는 조직 역시 제대로 작동을 안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 즉, 정동영이나 손학규에게 이름을 팔아먹은 선거인단들중 상당수도, 정이나 손으로 이명박을 잡기 어렵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고, 그렇기에 하나쯤은 히든카드를 가지고 가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결과라고 보여진다.
즉, 그런 보험심리가 배제투표의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것을 방해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2002년 노무현의 추억은 사람들에게 그런 두려운 마음을 심어줄 정도로 강렬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일까? 그다지 맑지 못한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유시민 진영에서는 모른척 하고 가도 된다. 이미 이니셔티브는 유시민에게 왔기 때문이다. 유시민은 그거 모른척 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 어차피 희박한 가능성을 놓고 뛰어든 판이고, 단일화를 통해 남에게 넘겨주거나, 경선에서 일등을 못하게 되거나 유시민의 입장에서는 아무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단일화 해서 경주 자체를 안하는 거 보다는 나름대로 잠재력을 폭발시켜 완주한 후, 2등 또는 3등을 하는 것이 향후 정치행보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
결코 잃을 게 없는 싸움인데 도중에 하차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 된다. 오히려 잠재력 하나 없이 액면가가 전부인 이해찬이나 한명숙에 비해서, 액면가는 좀 딸려도 잠재력이 만땅인 유시민이 대표주자가 되는 것이 전체적 관점에서도 유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유시민의 지지자나 캠프의 역량이다. 다른 모든 후보들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신당의 주자들을 뒤에서 받쳐주고 있는 서포터들은 하나같이 역량 미달들이다. 이명박의 몸종들이나 문국현의 비서실, 기획실 출신 인물들에 비해 프로페셔널리즘이 훨씬 떨어지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당장에 모병제 공약만 해도, 바로 이명박 측에서 싹을 잘라 버리는 물타기를 하고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이럴 경우 공약 선점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이미 유시민 측에서 모병제의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히려 이명박측이 한술 더 떠서 군축 얘기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게 뭔가. 끝내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남 좋은 일만 시켜줬다.
문국현은 이미 이명박 킬러로서의 자신의 상품성을 극대화시키는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이명박의 공약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자신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경선 통과가 걸림돌이긴 하지만 경선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큰 싸움을 할 자세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경선 통과의 핵심은 단일화 논의도 아니고, 손정을 잡는 것도 아니다. 선거인단도 청맹과니들이 아니고, 늙은 민주당원들이 바라는것도 궁물만은 아니다. 지금 신당이나 문국현이나 그 밖의 절반이 넘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명박을 잡아 달라는 것이다.
경선에서 최후에 웃을 사람은 바로 경선에 참가하는 모든 선거인단이 바라는 단 한가지, 이명박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일 높은 사람! 바로 그것이다.
이명박을 꺽을 준비를 하고, 이명박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면 된다. 그것만이 단일화 논의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고, 경선에서도 이길 수 있으며, 나아가서 이 땅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명박을 잡기 위해서 유시민의 지지자로서 당신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