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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지켜보는 언론의 자세가 조금은 느긋해야 할 것 같다. 한미FTA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은 사실이지만, 없던 일도 있었던 것처럼 만드는 것은 기사라기보다는 삼류소설에 가깝다.
3차 협상 첫날인 어제(한국시간 7일)의 일이다. 국내 통신은 첫날 회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의약품 및 무역구제를 둘러싼 이견 때문에 3차 협상이 결렬위기에 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독자들은 협상이 시작되지마자 결렬위기라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이 통신은 "미국측 협상단은 의약품 건강보험 선별등재(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에 대한 세부사항을 논의하다가 자리를 박차고 협상장을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하고 심지어는 미측이 회의장을 옆방으로 옮기자며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알고보니 다른방으로 옮긴 것
그러나 이 보도내용은 한나절도 안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협상단 관계자는 "그 방의 천장이 높아 소리가 울린다는 점을 지적해 마이크를 설치하자고 양측이 합의했는데, 첫날에는 설치가 안돼 있었다. 그래서 남은 방이 있으면 그 곳으로 옮기자는 데 의견이 일치해 우르르 몰려나가는 것을 누가 보고 오해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같은 보도에서 무역구제 분과도 미국은 '세이프가드'로 하자고 주장하는 등 분과 명칭을 놓고 양측이 팽팽이 맞서고 있어 결렬위기에 처해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역구제 분과회의는 첫날 열리지도 않았고 협상장 푯말은 분명히 'Trade Remedies(무역구제)'라고 명기돼 있기 때문에 이를 협상 중에 다시 바꾸자고 주장한다는 보도 자체가 넌센스라는 게 협상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보도는 결국 수정 대체됐지만, 이 기사를 본 다른 매체에서 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바람에 2차 협상 때처럼 이번 협상도 미측에 의해 결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는 미측이 공기업에 대해 시장가격(엄밀히 말하면 상업적 고려)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공공서비스에 차질을 우려하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 보도도 "정부가 복지지원 등의 정책적 목표에 따라 설립한 공기업 서비스는 그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가격)차별을 인정한다는 점을 양측이 명확히 인식했다"는 김종훈 한미FTA협상단 수석대표의 확인에 따라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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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가 8일 오후(한국시간) 시애틀 웨스틴호텔 브리핑룸에서 협상 중간결과 브리핑을 한 후 보도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
8일에는 한 조간신문이 "미국측이 많은 분야에서 주정부를 협정 대상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는 상대방 시장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자는 애초 협상의 취지는 물론 상호주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사실도 아닌 것을 갑자기 터져나온 것 처럼
미측이 정부조달, 환경 분야에서 협정내용을 연방정부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은 이번 3차 협상에서 갑자기 터져나온 것이 아니다. 다시말해 새로운 사실도 아니며 이에 대해 우리 협상단은 FTA 취지와 상호주의 원칙에 맞게 주정부도 포함돼야 함으로 미측에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이 조간신문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측 요구가 관철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문가 말을 인용하면서 "결국 불평등조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했다.
'불평등조약'이라는 단어는 사실 한국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아마 이 보도를 본 독자라면 한때 한미FTA 반대자들이 인터넷에 퍼뜨린 한미FTA에 대한 악의성 '괴담'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FTA협상은 상대방이 요구하는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양측 모두 국익을 위해 협상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서로 이익을 균형있게 잡아가면서 이뤄지는 것이고 또 그것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상력 떨어뜨리는 우 범하지 않을까 걱정”
그럼에도 이 같은 웃지 못할 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과열된 보도경쟁 탓도 없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미FTA에 대해 반대하는 일부언론이 '한미FTA=불평등조약', '한미FTA=종속 내지 굴욕'이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한치도 벗어나려 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기자들과 비공식 자리에서 "미국이 우리 언론보도에 대해 매우 유심히 보고 있고 이를 협상테이블에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발 앞서가려다 잘못된 보도로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씁쓸해 했다.
한미FTA협상은 아직 반환점도 돌지 못했으며 주고 받은 것도 없다. 굴욕이나 종속, 불평등조약이라고 할 만큼 충분히 검증된 것이 아니라면 협상과정을 좀더 느긋하게 지켜보며 힘을 실어줘야 할 때는 실어주고 방향이 틀리면 바로 잡아주는 성숙된 보도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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