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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대응..?
시민폐인 | 2006-09-07 17:45:17 | 조회 793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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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섶에 품위 있는 대응이 있어 퍼옵니다.

얼만큼의 품위를 갖추었는지는 보는 이들이 알아서 판단하면 될 듯하구요, 대응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요, 단순함엔 단순하게, 악랄함엔 악랄하게, 우호적 비판이라면 또 그에 맞추어서, 강준만의 '유시민 이야기'를 어떻게 읽었느냐에 따라 반응은 달라진다고 봅니다.

 

암튼 이글은 품위형식을 상당부분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강교수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살아있는걸 보면요.

섶의 평미레님 글입니다.

 

유시민의 '독선'과 강준만의 '위선'

 

강준만 교수가 유시민 장관 이야기를 꺼냈다. 반가웠다. 강교수 같은 사람이 자주 "유시민 이야기"를 해 주는 건 좋은 일이다. 이젠 강교수가 유장관을 칭찬할 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서로 비판과 변명을 주고받을수록 유익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상하게 이들에게는 직함을 붙여 부르기가 좀 어색하다. 지금부터는 그냥 이름만 부르겠는데 그건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괜히 친한 척 해보기 위해서다. 혼자 쪽팔릴 수도 있는 일이기는 하다.)

 

강준만은 유시민이 시사평론가 시절 김대중 대통령에게 "독선을 지적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라고 요구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동교동계 코드 인사를 비판하는 글이었다고 한다. 어떤 맥락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또 "자기성찰 없는 비판은 위선"이라는 유시민의 다른 칼럼 글도 인용했다.

 

강준만이 이 두 구절을 인용한 것은 유시민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핵심어는 '독선'과 '위선'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독선을 비판했던 유시민이 정치인이 되어서 똑같은 독선을 부리는 걸 보니 그의 비판은 위선이었다는 말이다. 유시민의 현재는 독선이고 그의 과거는 위선이다. 산뜻하다. 정말 글 잘 쓴다.

 

한편, 노무현 비판 핵심어는 '무능'과 '독선'이다. "노 정권의 치명적 과오는 무능과 더불어 노 정권의 탄생을 지지한 사람들마저 '코드주의'로 배제하고 모욕한 기만" 때문이라고 강준만은 말한다. '기만'은 '독선'과 동전의 양면이다. 강준만에 따르면 정치인에 대한 독선과 지지자에 대한 기만은 '코드주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강준만이 지적한 노무현의 '무능'은 외교와 행정의 무능이 아니라 정치적 무능이다. 국가보안법이 건재하고 행정수도 이전에 실패했다. 사학법은 반쪽 짜린데 그나마 재개정하겠단다. 과거청산법이나 언론법도 만족스런 수준이 아니다. 열린 우리당의 쪽수를 생각하면 쪽팔리는 일이다. 수구언론 탓이나 하고 있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강준만에 따르면 노무현의 무능도 독선 때문이다. 야당에 대해서는 물론 여당 안에서도 독선을 부리니 무슨 일을 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과 유시민에 대한 강준만의 신랄한 비판은 모두 '독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강준만이 하나 놓친 게 있다. 노무현과 유시민이 상시적으로 시달리는 '왕따' 현상이다. 민주당 분당은 대선 후보로 선출된 노무현의 왕따로부터 시작됐다. 열린 우리당 전당대회에서 벌어진 유시민 왕따는 거의 난장(亂杖) 수준이었다. 내집단에서조차 그 정도니 외집단에서야 더 말할 게 없다.

 

왕따와 독선은 어떤 게 먼저일까? 노무현과 유시민은 독선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걸까? 아니면 왕따를 당하고도 굽히지 않으니까 독선적이 되는 걸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왕따 속에서도 주장을 굽히지 않으려면 "그래도 내가 맞다"고 믿어야 한다. 왕따 주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독선으로 비친다.

 

노무현과 유시민이 독선으로 낙인찍힌 것은 그들이 결코 타협하지 않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은 누구나 그런 게 있는 지도 모른다. 예컨대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에게는 그게 금배지다. 금배지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들은 모든 걸 타협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독선적이지 않고 또 독선적일 필요도 없다.

 

그러나 노무현과 유시민에게는 원칙과 상식이 더 있다. 예컨대 유시민에게는 기간당원제가 정당정치의 상식이자 원칙이다.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이 당권은 당원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시민은 그것 때문에 개혁당을 열었고, 민주당의 분당을 환영했고, 열린 우리당에 들어갔다. 그가 열린 우리당 안에서 왕따 당하고 독선 소리 듣는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자리 보전' 말고도 타협할 수 없는 원칙으로 가진 사람이 왕따 당하고 독선자로 낙인찍혔던 것은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욕먹어 가며 동교동계를 전진 배치해서라도 정상화시켜야 할 남북관계가 있었다. 그걸 코드 인사라고 비판한 건 시사평론가 유시민의 몫이지만 그건 자기 성찰 없는 위선이다. 그런 상황에 처했으면 자기도 그랬을 거면서 같은 과(科)를 비판한 것이다.

 

유시민의 현재를 독선(獨善)으로, 그의 과거를 위선(僞善)으로 비판한 강준만은 진선(眞善)일까? 불행히도 그래 보이지는 않는다. 그건 그가 유시민을 독선과 위선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자기 성찰이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강준만은 민주당 분당에 대해 아직도 화가 나 있다. 노무현은 왕따를 당했어도 순응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호남을 멍들게 한 지역주의를 점진적으로 치료해 갈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겠다.

 

하지만 강준만 자신이 왕따당했을 때는 어땠는가? 순응했던가? 그 역시 독특한 글쓰기 덕분에 지식인 사회에서 왕따 당했다. 그도 순응하지 않았다. 거꾸로 자기를 제외한 모든 지식인을 '끼리끼리 해 처먹는 패거리'로 몰아버렸다. 결과적으로 그는 독선으로 매도됐다. 장만 달리했을 뿐이지 강준만은 유시민은 같은 과(科)다.

 

지식인 사회의 독선적 왕따 강준만이 정치인 사회의 독선적 왕따 유시민을 독선으로 몰아붙이는 건 아무리 잘 보아주려 해도 보기 좋은 게 아니다. 강준만이 인용한 유시민 말이 맞다면 그건 '자기성찰 없는 비판'이므로 위선이다.

 

한국 정치 격동기에 강준만과 유시민은 3차전을 앞두고 있다. 내년 대선이 그것이다. 1차전은 김대중 대통령이 이회창을 꺾었던 1997년의 선거였다. 유시민은 김대중 불가론을 내세우며 차라리 조순이 대안이라고 했다. 강준만은 <김대중 죽이기>로 확실하게 킹메이커 역할을 했다. 강준만의 승리고 유시민의 패배였다.

 

2차전은 민주당 분당 때였다. 이유야 달랐겠지만 유시민과 강준만이 모두 노무현 지지자였다. 강준만은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으로 분위기를 확실히 띄웠고, 유시민은 개미정당을 창당해 가면서 남의 후보 노무현을 지켰다. 후보 단일화로 문제가 불거져 민주당 분당에 이르자 두 사람은 갈렸다. 결과적으로 열린 우리당은 총선 과반을 차지하고 민주당은 몰락했다. 유시민 승리고 강준만 패배였다.

 

3차전은 어떤 양상을 띨 것인가? 점치기는 평미레의 전공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유시민과 강준만은 다시 한번 맞붙을 것이라는 점이다. 강준만이 <한국일보>에 기고한 "유시민 이야기"는 그 전초전의 성격이 짙다. 전초전이 아니라면 전초전의 전초전 쯤 될 것이다. 그들이 어떤 판을 읽고 짜는 중인지는 알 수 없다.

 

암튼, 어째서 강준만은 신문 칼럼에서 김근태나 정동영,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별로 비판하지 않을까? 그건 그들이 '깜'이 아니기 때문이다. 판을 깨거나 새로 짤 수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강준만과 유시민은 그런 능력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들이다. 강준만은 판을 읽을 수 있고 유시민은 판을 짤 수 있다. 둘 다 '물건'이다.

 

하지만 강준만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자기가 읽은 판을 손수 짤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에게는 자기가 읽은 판을 짜줄 김대중이 필요하고 노무현이 필요했다. 하지만 유시민은 판을 읽을 뿐 아니라 스스로 짤 수 있다. 그게 바로 시사평론가에서 정치가로 전업한 이유이자 결과이다.

 

강준만은 김대중을 알아보듯이 노무현과 유시민을 알아본다. 그가 같은 과인 노무현과 유시민에게 화를 내는 건 자기가 읽은 판대로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약점은 스스로 설정한 것이다. 그는 대학 교수로 남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야만 판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는 스스로 설정한 자기 본분에 충실하다.

 

강준만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읽을 수는 있지만 짤 수는 없다. 게다가 유시민처럼 능동적으로 판짜는 사람들은 강준만이 읽어 놓은 판마저 깨버리곤 한다. 그걸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 강준만의 화난 글쓰기다. 자칫 투정으로까지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그가 자초한 일이다.

 

학계에서 자기가 깨버린 판 때문에 당황하는 숱한 지식인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는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건 소용없다. 너그럽게 용인할 줄 알면 좋겠다. 그걸 못하면 유시민에게 퍼붓는 그의 비판은 '자기 성찰 없는 위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평미레
200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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