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정치로, 기업을 정당으로, 소비자를 대중으로 치환해서 보셔도 괜찮을 듯...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창조적인 소비자로
흔히들 소비자를 “Consumer”라 부른다.
이는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를 의미하며 더 좋은 물건을 만들면 팔리는 시대에 존재할 수 있었던 다분히 생산자 혹은 공급자의 시각에서 출발한 의미이다.
Cresumer의 등장
얼마 전부터 “Cresumer”라는 단어가 시중에서 들리고 있다. “Creation”과 “Consumer”의 합성어인 “Cresumer”는 소비자를 제품의 개발과 유통과정에 직접 참여시킨 “Prosumer”의 개념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개념으로 소비자가 더 이상 소비자로 머무르지 않는 생산자의 자리를 차지한다는 개념이다.
애초에 인간은 누구나 “Cresumer”였다. 수렵활동을 하기 위해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활과 칼 등을 직접 만들어 썼으며 농기구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제품”이라는 명제가 대량생산이라는 산업구조에 의해 생겨났으며 그로 말미암아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와 브랜드, 그리고 유통 등이 생겨나면서 “Cresumer”들은 “Consumer”라는 지엽적인 자리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애초의 “Cresumer”들이 탄생했다. 단순히 “역사는 반복한다”의 의미가 아닌 특별한 그 무엇이 21세기의 “Cresumer”들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살펴본다.
언제부턴가 브랜드 혹은 제품이라는 것에 있어 품질의 변별력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는 개성의 표출을 가져왔으며 ‘비싸다’ 혹은 ‘좋은 제품’의 판단의 장을 떠나 ‘재미있다’와 ‘유일하다’라는 창의력 기준의 판단을 가져오게 했다. “Cresumer”의 원류는 기실 DIY로부터 시작한다. Do It Yourself의 머리글자를 딴 DIY는 가구 등으로부터 시작했는데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여야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만의 개성이라는 부산물을 얻어내는 기쁨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제품의 품질에 대한 변별력이 사라지고 개인들의 소득이 늘어가게 됨에 따라 더더욱 품질이 아닌 개성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 “Cresumer”들에게 있어 이른바 “노하우”가 쌓이게 되는 시간을 좀 더 단축시켜주는 훌륭한 지식시장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인터넷”이다.
검색사이트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네이버에는 ‘지식in’이라는 서비스가 존재한다. 각양각색의 질문들과 그 질문에 쏟아지는 자신만의 노하우 등은 인터넷의 탁월한 전파성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고 이와 같은 노하우의 발전과 확산은 생각보다 거대한 힘으로 기업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예를 들면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에서 일본의 한 디지털 카메라의 작은 결함을 발견, 일본의 회사에 알리고 담당 기술전문가가 내한해서 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약속하고 문제점을 고친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일 등이다.
“Cresumer”들의 DIY가 인터넷을 통해 발전한 것은 엽기제품의 제작에서부터이다.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는 나무나 털 등을 입힌 컴퓨터 엽기 본체는 대형전자상가에서 개인이 부품을 조립하여 사용하던 단순한 형태의 DIY를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PC를 만들고 이를 인터넷에 올려 유통, 확산되는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며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PC뿐만이 아니라 자동차에까지 이르고 있다.
“Cresumer”들의 제품 만들기는 비단 손에 잡히는 ‘물건’만이 아니다. 영화펀드를 통해 스스로 제작자가 되기도 한다. 형화펀드가 떠오른 것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되어 온 한국영화의 성공 때문인데 ‘쉬리’에서 시작된 한국영화의 놀라운 흥행은 ‘공동경비구역JSA’와 ‘친구’를 거쳐 급기야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는 각각 천만이라는 초유의 흥행성과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 흥행의 무서운 파도는 ‘왕의 남자’에까지 이르고 있다.
2004년 8월에 ‘바람난 가족’이 5억원을 목표로 인터넷 영화펀드를 공모했는데 쇄도하는 투자요청 때문에 4시간여 만에 무려 20억을 모으게 되었고 ‘친구’나 ‘엽기적인 그녀’등은 아예 몇 분 만에 목표액을 초과해 버리는 놀라운 성과를 올리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제작자의 큰 손을 빌리지 않아도 충분히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는 “Cresumer”들의 세상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
바야흐로 디지털 르네상스
지금은 “Cresumer”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인해 생겨난 디지털 르네상스의 시대다. 디지털 기술은 음악, 사진,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대중화를 불러일으켰다. 가장 활발한 영역 중에 하나인 인터넷 소설의 경우 인터넷 소설을 출발로 영화나 드라마로까지 이어진 경우가 많고 그 예가 ‘엽기적인 그녀’와 ‘동갑내기 과외하기’, ‘늑대의 유혹’, ‘그 놈은 멋있었다’, ‘옥탑방 고양이’ 등 이루 헤아리기 조차 힘이 들 지경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과거와 달리 녹록치 않은 마케팅 환경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만을 단순히 소비하는 객체가 아니고 스스로 주체가 되어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도록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제품을 소유하고자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생산자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기업들은 “Cresumer”들의 이러한 Needs에 맞춰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각자의 기업 홈페이지 게시판을 주목하기도 한다.
네 밥그릇인가, 내 밥그릇인가
소비자, 아니 “Cresumer”들은 엄청난 정보력을 바탕으로 기업과 대등하거나 기업보다도 앞서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굉장히 똑똑하다. 이는 사실 기업에게 두려운 상황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이 “Cresumer”들에게 문을 열고 솔직하게 다가간다면 기업의 발전을 가져다주는 우군이 더더욱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네 밥그릇 내 밥그릇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은 생산자인가? 그리고 고객은 소비자인가?
이 질문에 곰곰이 답을 생각을 해 보면 매장에 들어서는 소비자들이 아마도 “Cresumer”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 다시 정립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정립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그만큼 “Cresumer”들은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