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당 대통령후보 예비경선 관전법
* 부제가 진짜 제목이고 본제는 삐끼용 제목에 불과함을 미리 천명함.
나도 이제는 어디 가서 기자생활 좀 했다고 할만한 나이가 됐다고 자부한다. 나이 오십이 넘도록 여전히 생계 유지의 기반이 뉴스에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게 과연 자랑스러운 일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든 나 스스로의 관점에서건 뭐 약간 의문의 여지가 있긴 하다.
이십년을 훌쩍 넘기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요즘처럼 적대적인 언론환경에서 대선 치르는 정치세력이 존재하는 경우는 아마 처음 맞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오늘(9월3일) 조간신문과 석간신문을 일별하면서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5년전 10년전에는 그래도 조중동의 대항 세력들이 미약하나마 존재를 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제도권 언론 환경이란 측면에서 보면 그 당시가 오히려 천국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의 느낌마저 든다.
물론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 등은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그리고 문화일보 등과 논조가 전혀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정권, 특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이란 측면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우며, 노 대통령과 연관이 조금이라도 있는 정치조직에 대한 거부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노 대통령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일이라면 쌍수를 들고 흥분하는 게 요즘 조중문의 일상이다. 반대로 이명박에 관한 일이라면, 그에게 조금이라도 이로운 일은 무조건 크게 써야만 하며, 그에게 털 한오라기라도 해가 될 듯한 내용이면 어떻게든 포장과 분칠을 통해 그 대미지를 적게 하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감세청탁을 한 업자에게 뇌물을 받았는지 아닌지에 관해서는 현재로선 검찰의 언급이 유일하다. 검찰이 이 정권이 뭐가 이쁘다고 봐주겠는가. 검찰은 정윤재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계좌추적 등의 수단을 통해 내사를 했을 것은 분명하고, 아무리 털어도 돈 받은 흔적이 없으니 그 정도 선에서 일단락한 것이지 돈 받은 쥐꼬리만한 흔적이 있었다면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은 120%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윤재 전 비서관이 무슨 큰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떠드는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들이 쓰고 있듯이 노 대통령 가까이 있었던 것이 최고의 죄목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질극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는 간을 빼 주더라도 구해야 한다고 나발을 불던 기성 언론들이 사건이 매우 긍정적으로 일단락되자 도저히 한마디 뭘 걸지 않고는 못 넘어가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돈을 줬느니 어떻게 했느니 시비를 걸다가 국민들에게 잘 먹혀들어가지 않자 이번에는 현지 지휘를 통해 인질사건을 해결한 일등공신인 김만복 국정원장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 음지에서 일해야 하는 국정원장이 언론에 노출됐다고 난리법석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등을 통해 상시 언론에 노출되고 있는 존재가 국정원장이다. 국정원장이 현지 지휘를 하면서 언론에 노출됐다면 몰라도 인질극을 무사히 해결한 다음에야 국정원장이 언론에 노출이 되건 말건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렇게 국정원장의 언론노출을 걱정한다면 스스로 안쓰면 됐을 것 아닌가.
국정원장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더이상의 인명 희생 없이 우리 국민을 구출한 공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언론노출 운운 하면서 소동을 벌이는 이유가 달리 있는게 아니다. 조중문의 경우야 이 정권을 해롭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짓이든 할 준비가 돼 있는 집단이기 때문일 것이고,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의 경우 아마도 이 정권에 대한 불만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적대적이란 면에서는 거의 최악의 상태이기 때문에 여권의 많은 인사들이 여러 면에서 노 대통령을 경원시하는 것은 어쩌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과거 이처럼 기성언론이 일사불란하게 특정 후보를 맹렬하게 지지하거나, 특히 50대 이후 연령층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시피 하는 일부 수구언론의 경우 아예 까놓고, 그리고 자발적으로, 특정 후보에 대한 강력한 병풍의 역할을 했던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런 언론의 일사불란함이 "무섭다"고까지 표현했을까. 수구언론들이야 이번 기회야말로 다시는 없는 정권 쟁취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불면 날아갈세라 쥐면 꺼질세라'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 보호하기에 여념이 없는 것일 게다.
통상적인 사고의 범주 속에서 보면 이런 환경 속에서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처럼 "제발 대선 판에서 한발 비켜서 달라"고 얘기하는 것도 그렇게 무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조중문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이뻐하리라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로 넌센스요, 오판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조중문 등 전 기성언론이 똘똘 뭉쳐 반노(反盧)의 포지셔닝을 점유하고 있는 지금에서는 '반(反)한나라당 비(非) 노무현'이란 제3의 길은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이 '반노반DJ'를 선택한 이상 그 대척점에 서 있는 후보자들의 포지션은 자동적으로 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포지셔녕의 명칭을 '친노'로 규정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의 개혁세력들은 나름대로의 가치와 명분을 가지고 표의 심판을 받았으며, 많은 전투에서 패했지만 큰 전쟁에서는 이겼기 때문에 지금 그들의 가치와 명분을 국정에 반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개인 생각으로는 결국은 '친노'란 레테르를 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언론들이 일치단결해서 붙이는 '주홍글씨'란 것은 그 글씨를 가슴에 달게 한 원인 행위가 있느냐 없느냐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어떻든 아무리 외면하고 싶은 민주신당이지만, 이제 경선 국면에 들어서면 기성언론들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중문을 비롯한 기성언론들이 과연 어떤 기교로 민주신당의 경선을 뭉갤 것인지 미상불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리 수작을 부려본들 결국은 균형을 맞춰주는 우리 국민들의 절묘한 정치력을 아예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나라당 경선 때도 조중문만 보면 이명박 후보가 박근혜 당시 예비후보를 엄청나게 압도한 게 분명했는데 막상 표를 까고 보니 실제 여론조사 빼면 오히려 박근혜 전 후보가 이기는 불가측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가.
민주신당의 경선도 컷오프를 위한 예비경선이지만 따지고 보면 흥미진진한 구석이 많이 있다고 나는 판단한다. 우선 큰 틀에서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을 부정하고 있는 손학규-정동영 예비후보와, 적극 옹호세력인 이해찬-한명숙-유시민-신기남-김두관 예비후보들과의 토털 득표 차이가 어떻게 날지도 관심이다.
조직이 없는 손학규 예비후보가 여론조사 등에서 1위를 달리는 것은 조직이 강한 정동영 예비후보 쪽에서 1인2표제를 통해 밀어주고 있는 효과도 일부 있을 것이요, 다른 무엇보다 현재 도토리 키재기이긴 하지만 이명박 후보와 대결을 선언한 이들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다는 프리미엄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로 활동했을 당시 손학규 예비후보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핸디캡을 과연 어떻게 극복해낼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오직 지지율에서 뒤지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탈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게 큰 변명거리가 없는 손학규로서는 이명박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이 단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명제를 극복해낼 수 있느냐가 손학규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다.
정동영 예비후보의 경우 지금까지 지지율 추이를 볼 때 그가 차기 후보로서 각광을 새삼 받았기 때문에 여론조사 2위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역시 조직의 힘이다. 대통령 후보를 위한 경선은 조직보다는 바람이란 설이 현재까지는 대세다. 과연 컷오프에서 바람이 얼마만큼 정동영 예비후보의 표를 잠식할 수 있을지 그것을 측정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커다란 관심은 이해찬과 유시민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큰 틀에서 볼 때 손학규-정동영의 반대진영에 속해 있는 이른바 '이해찬 그룹'들은 이 어려운 언론환경 속에서도 공개적으로 DJ-노무현 정부의 계승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한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다. 결국은 후보는 한사람으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예비후보는 이해찬-유시민 두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될 것인지, 누구로 단일화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아니. 이번 민주신당 경선에서는 이해찬-유시민의 단일화가 흥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키워드가 될 공산이 매우 높다. 만약 두 사람이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를 누를 수 있기를 단 1%라도 기대한다면 아마도 스스로 후보가 돼야 한다는 욕심만큼은 버려야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인가란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내가 후보가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문제가 없는 조사라고 볼 수는 없지만 어떻든 여론조사에서 50% 지지도가 나오는 후보를 눈 앞에 두고, 스스로 2~7% 안팎으로 오가는 두사람이 만약 서로 내가 후보가 돼야만 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얼마나 코미디가 되겠는가.
후보를 선언한 이상 필승의 신념을 가져야 하겠지만, 현재의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최선을 다하되 결국에는 국민이 보기에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느냐, 그 결과에 따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다가 민주신당의 경선으로 끝나는 게임이 아닐 수도 있다. 민주신당 경선 이후를 미리부터 예단할 필요는 없지만, 민주신당의 정식 후보가 된다 한들 지금 여론의 추이나 환경으로 볼 때 그렇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기 어려울 상황이 올 개연성이 높다. 그럴 경우 또다른 본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사족.
이처럼 언론을 비롯한 모든 환경 면에서 99.999%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것밖에 없는데도 그의 지지도가 50%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응답률마저 매우 낮은 여론조사라면 더욱 그렇다.
응답률이 무슨 애기냐 하면, 여론조사를 했을 때 응답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뭐, 현재의 정치환경에 혐오를 느끼는 사람일 수록 그렇다.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응답률이 매우 중요한데. 이건 비용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대로 조사의 대표성을 얻을 수 있는 최소 표본의 수는 1천명이라고 보통 보고 있다. 그런데 응답률이 한 90% 된다면 1천표본을 얻기 위해 1천1백명정도에게만 조사를 하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응답률이 10%라면 1천표본을 얻기 위해 1만명에게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1만명 가운데 1천명만이 응답하고, 그 가운데 500명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면, 실제 1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명박의 지지율은 5%라고 볼 수 있다. 9천명을 응답을 거부했으므로 사실상 90%는 무응답에 해댱한다. 하지만 여론조사기관은 이 경우에도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50%라고 발표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상대방인 민주신당에게 흠될 일이 하나라도 있으면 침소봉대 확대과장 도배질을 마다치 않는 유력 수구언론들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고도, 그리고 응답률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는 이 기묘한 상황 속에서 진행되는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도 50% 지지밖에 얻지 못하는 이명박 후보의 품질 역시 아닌게 아니라 불가사의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