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달 >
제2부 / 고위 당정회의
(비서실장) “각하 다 모였심더.”
(각하) “그래 재규는 일을 그따위로 해 지대로 못한다캐?”
(비서실장) “각하, 걱정 마시소. 다 알아서 처리 하겠다 캅디더. 제대로 안 할 수가 있겠습니꺼.“
모두다 각하 앞에선 고양이 앞의 쥐새끼에 불과하였다. 누구하나 제대로 보고할 리가 만무하였다. 정국 돌아가는 것 제대로 보고 했다가는 언제 짤릴 지도 모르고 각하의 심기만 불편하게 하지 자기 신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보고다. 대충 얼버무리고 다른 놈에게 책임을 전가 해 버리면 되는 거다. 이 번 회의 때도 그렇게 할려고 서로가 머리를 굴리느라고 난리다.
회의장에 모인 고위 당직자. 국무총리. 공화당 최고위원, 공화당 사무총장, 중앙정보부장, 경호실장, 국방부장관, 내무부장관, 비서실장, 육군참모총장, 치안본부장 등 군,경의 실세들은 다 모였다.
(비서실장) “각하님께서 들어오십니다.”
모두가 군기가 든 것처럼 벌떡 일어서서 부동 자세를 취하였다. 유독 한 명만 느긋이 마지 못해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중앙정보부장. 못마땅한 경호실장 도끼눈을 뜨고 중앙정보부장을 노려 보았다. 각하가 들어오는 중이라 한 마디 고함도 못치고 쌍지불을 켠 두 눈으로 중앙정보부장을 노려 볼 뿐이었다.
각하가 자리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에야 중앙정보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을 각하가 눈치 채었다. 하지만 대소롭게 여기고 자리에 앉았다. 모두가 착석한 다음 각하가 처음 내 뱉은 말
(각하) “말아 먹을거야 임자.”
잠시 정적이 흐르고 경호실장
(경호실장) “각하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저희들이 부족해서...”
(각하) “임자, 그런다고 해결될 게 아이쟎아.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내 놔야 되지 않어, 그냥 그대로 내벼 둘기야?”
각하 말이 떨어지자 마자
(경호실장) “각하 걱정 없심더. 한 2만만 직이뿌만 해결 됩니더. 캄보디아선 800만이 뒈지도 눈 하나 깜박 안 해 뿌리는데, 2만 직이도 누가 탐살하겠심니꺼? 딱 2만만 깔아 뭉개뿌만 해결 됩니더.”
(중앙정보부장) “허이 경호실장. 그걸 말이라꼬 시불이능교? 2만을 직이뿐다꼬, 아에 싸그리 다 직이뿌지 2만만 직일라카노? 각하 안됩니더. 그래가지고는 더 붙어뿝니더. 우에든지 간지래 조야 됩니더. 요구 조건 들어 주고 민심을 달래 조야 됩니더. 그래서 시국을 안정 시켜 놓고 다시 기회를 보능기 어떠십니꺼?”
(경호실장) “그카만 중앙정보부장 모가지부터 내 놓지, 먼저 지부터 뒤지고 나야지 정신차릴끼가? 그칸다고 해결 될 줄 아나? 한 개 주면 열 개 내 놓으라카는데 우선 밀어 부치는게 최곤기라요.”
중앙정보부장과 경호실장 외에는 누구 하나 입하나 벙긋하지 못하고 있다. 둘의 표정은 사뭇달랐다. 경호실장의 얼굴에는 분을 참지 못하는 씩씩거림에 말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분기탱천하였고, 중앙정보부장은 두꺼운 도수 안경 아래 묻혀 있는 안구는 분기를 애써 감추면서 차오르는 분노를 삭이고 태연한척 할 말만 간단하게 그리고 느긋이 대답을 하였다.
심기가 많이 불편해진 각하, 자리를 뜨고 싶었다. 이 사람들을 맡겨 놓아선 해결 방법이 없다. 누군가가 해결해 주기만 기다릴 뿐이지만. 현재는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다. 짜증밖에 나질 않았다.
(각하) “임자”
(경호실장) “예”
경호실장이 재빨리 대답을 하였다.
(각하) “임자가 알아서 해 봐.”
(경호실장) “예, 각하. 걱정 마시소.”
그렇게 간단히 당정 최고회의는 마쳤다. 각하가 물러나자 경호실장은 ‘씩씩’거리고 난리가 났다. 우람한 덩치가 제 자리에 있지를 못하고 넘신 몸을 흔들고 난리다. 왔다 갔다 하던 찰라, 책상 위의 꽃병을 회의실 바닥으로 내 집어 던졌다.
‘우자장창창’ 깨지는 소리에 흠칫 놀란 나머지 참석자,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꼬리를 내리고 슬슬 자리에서 도망가기 시작하였다. 훨씬 직급이 높은 국무총리에게도 경호실장은 안하무인이었다. 각하 외에는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다. 경호실장의 위세는 나는 새도 그 자리서 멈출 태세다. 누구 하나 나무랄 사람이 없었다. 그 광란을
하지만 자리에서 요동치 않는 중앙정보부장,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경호실장
(경호실장) “중앙정보부장, 고 따위로 계속 나가면 신상에 안 좋은 지 잘 알텐데, 몸 조심하소.”
중앙정보부장 전혀 대꾸도 하지 않는다. 그제서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정보부장. 속으로 내깔린다.
‘이 지랄 하다간 다 죽을낀데...’
중앙정보부장은 현 시국을 진정 시킬 묘안이 없었다. 부산, 마산의 소란은 대단하였다. 이제서는 전 시민이 합세하여 전 시민 항쟁이 되었다. 학생들의 소요로 보기에는 너무 극렬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심한 소요에도 화염병은 투척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데모지만 아직까지 화염병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화염병이 나타난 것은 80년 5월 광주 항쟁이후 많은 민주 세력들이 당하고, 당하고 또 당하고 ,최루탄과 지랄탄 그리고 마구 잡이의 백골단에 대항할 무기로 고안해 낸 것이 화염병이다.
‘화염병’ 이 것은 동유럽의 체코 프라하에서 프라하의 봄 때 소련의 압제에 항거하기 위한 시민 봉기가 있었다. 소련은 탱크 기관단총 소사로 싸그리 무지막하게 봉기를 진압하였다. 그 봉기에 흘린 피가 너무 많았다. 그 소련의 탱크에 항거하기 위해서 나타난 것이 바로 화염병이다.
탱크 잡이로 쓰여지는 것이 화염병인 것이다. 그것이 난무하기에는 많은 속앓이가 있었던 것이다. 박종철이 우리 곁을 떠나고, 제대로 행동하지 않던 양심들이 미안해서 죄송해서 하나 둘 현실에 뛰어들어서 우리들의 자유를 찾고자 항거할 때 또 다시 이한열이도 떠나고 많은 동지들이 하나 둘 떠나 갔다. 우리 곁을
그럴 때마다 울분에 그리고 억울하고 분한 심정을 화염병에 묻어서 던져지게 된 것이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