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대선 출마 발표 후, 하루하루 지나면서 그가 제시한 3대 정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각종 전략들이 발표되고 있다. 나는 유시민과 그 보좌팀에게 급하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처음 '사회투자국가', '선진통상국가', '평화선도국가'의 3대 정책 비전을 접하면서, 난 유시민의 강력한 지지자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상의 거부감이 느껴졌다. 일반적인 우리 국민들의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국가에 대한 문제 인식을 3가지 분야에서 크게 압축 정리했다는 점에서 그가 제시한 3대 정책 비전은 다른 정치인들의 원론적인 혹은 이기적인 현실 인식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가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국민에게 하나도 와닿지 않는, 지지자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감동도 줄 수 없는 그런 얘기들이다. 오히려 다른 정치인들의 뜬구름 잡는 얘기들하고 동급으로 취급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대중은 쉬워야 좋아한다. 그런데 3개 정책 비전은 너무나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게다가 흔히 접하기 어려운 언어로 되어 있다. 이건 너무 어려운 것이다.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이걸 암기해야 하는 건가?'라는 뜬금없는 의문을 품게 되어 있다. 학생 때나 듣던,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생 때에도 들어 보지 못했던 표현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이 유시민이 추구하는 전부라면, 나와는 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군'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비전의 요약은 오해를 사기 딱 좋다. 자기멋대로 해석할 여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둘러치기"다. 3대 정책 비전은 더 이상 내세우지 말자. 3대 정책 비전은 이제부터 고의적으로 숨겨야 한다. 비전 실현을 위한 5대 전략? 이건 더 문제다. 3대, 5대 이런 식의 접근은 너무 어렵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나 좋아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전국민을 상대로 하고 있다. 당연히 국민의 눈높이로 쉽게 가야 한다. 3대 비전 각각에 5대 전략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타이틀로 뽑거나 직접 열거하며 정책을 정리하지 말자. 우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충분히 토론해서 아주 강력한 딱 하나만 뽑자. 그리고 그걸 붐업시키자. 그리고 거기서 딱 두갈래만 치자. 그리고 그걸 붐업시키자. 그걸로 승부하면 된다. 나머지 구체적인 것들은 작은 글씨로,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자. 그게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방법이다.
이런 부분은 안타깝지만 한나라당에 좀 배울 필요가 있다. "청계천", "한반도 대운하", "열차페리사업" 이 사업들 자체는 실로 전혀 공감이 안 가긴 하지만, 국민들에게 단번에 인식되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들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겠다"는 근본적인 문제 인식을 오히려 사업의 효과 정도로 포장한다. 중요한 것은 청계천이 예뻐지고, 한반도에 대운하가 깔린다는 것이고 열차로 페리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참 쉽다. 그 다음에 이것들이 가져올 효과에 대해서는 국민들 스스로 생각하라고 하든가, 아니면 궁금한 사람들이 찾아 볼 수 있도록 어딘가에 작게 써 놓는다. 이렇게 접근해야 국민들의 마음에 우리쪽을 향한 정서적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진정한 목표들은, '어쩌구 저쩌구 해서 국제 사회에 모범이 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거나, '이러쿵 저러쿵 해서 양극화를 해소하고 경제 성장과 사회 통합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있다'거나... 이렇게 큰 정책의 부연 설명으로 은근슬쩍 작게 써 두면 된다. 물론 그 작은 설명에도 '평화선도국가'라든가 '사회투자국가' 같은 표현은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비전이 요약 정리된 단어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들의 정서인 것이다. 이런 쉬운 정책 마케팅이 필요하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둘러치기 정책 마케팅".
아마도 유시민의 보좌팀에 유능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좋은 정책들 많이 잘 만들어 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의 정서를 헤아려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는 '대중심리분석팀'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이거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지자 결속이 아니라 지지층의 확대다. 그것도 지금의 열배는 확대돼야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 여론만 분석하지 말고 대중 심리를 꼭 분석해 주기 바란다. 전문가가 없다면, 나같이 대중을 상대로 하는 문화산업 종사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대중에게는 무조건 쉽게 접근해야 한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구호부터 만들어라. 그것이 승리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