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경지에 오른 구태 정치세력

지방선거와 대선에 이어 드디어 총선까지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구태정치 세력의 손아귀로 들어갔다. 참 질기고 억센 자들이 아닐 수 없다. 탄핵역풍이라는 핵폭탄을 맞고도 살아남은 신이내린 정당이라는 말이 과언은 아닌듯 싶다. 친박연대, 자유선진, 무소속으로 가장한 정치 자영업자들이 기세등등하게 공동여당 행세를 할 것이고 언제 어떤 모양새를 거쳐 합종연횡 시나리오를 쓸지 지켜보는 일만 남은듯 하다. 더 우울한 광경은 제 1 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통합민주당 역시 살아남은 이들의 면면에서 이들과 다를바가 별로 없다는 점이고,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나머지 야당세력의 힘이 너무나 초라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충분히 확인된 것이긴 하지만 국민들은 구태 정치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더이상 새로운 희망과 대안으로서의 신진 정치세력을 키울 엄두를 못내는 상황이 오고만 것이다. 구태 정치세력들은 독재도 해봤고, 나라경제를 말아먹기도 했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독배도 마셔보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어내고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교활함과 서민들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홀리는 최면술까지 익혀서는 결국 그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권력독점의 극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마지막 불꽃이 가장 화려하다고 했다

그들은 웃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화려한 불꽃쇼에 도취되어 있을 것이다. 마지막 불꽃이 가장 화려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한채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천신만고끝에 획득한 힘을 과시하고 더 많이 가지려고 싸우면서 그동안 어렵게 인내하며 나름대로 교활하게 포장해 왔던 본 모습을 국민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주게 될 것이다. 그들에게 더이상 진보개혁을 외치는 언제나 소수일 수 밖에 없는 세력들은 위협이 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고 이미 그들에게 합법적으로 권력을 몰아준 국민들이 우습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구태 정치세력인 것을 알면서 그들에게 매번 기회를 주었고 결과적으로 권력을 몰아주었다. 마지막 실험에 돌입한 것이다. 더이상 변명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한 최후의 선택을 했다고나 할까. 단언컨대 한나라당을 위시한 구태 정치세력은 이 실험에서 태생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 그들은 화려한 불꽃속에 도취되어 스스로를 태우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장렬하게 산화되어 새로운 정치의 퇴비로 쓰일 것이다. 그들만의 불꽃쇼를 바라보면서 국민들의 몸과 마음도 많은 상처를 입겠지만 더이상 이들의 불장난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게될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정당을 기다리는 국민들

이번 총선에서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가 과반수를 넘는다는 것은 그들이 지지할 수 있는 정당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해석해 볼 수 있다. 또한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이 던진 표심에도 적극적 지지를 제외하면 차악과 차선의 선택이 많았음은 굳이 세밀한 분석없이도 유추가 가능하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정당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이들이 기꺼이 확신을 가지고 표를 던질 수 있는 정당은 과연 탄생할 것인가? 언제쯤이면 가능할 것이고 완성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사실 국민들이 바라는 정당의 요건은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이번 총선에 나선 정당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점을 요약해 보면 그곳에 답이 있지 않을까. 겉과 속이 다르지 않으며 일관된 정체성을 유지하며 오래가는 정당, 전국에서 골고루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정당, 정당의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당원이 모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당, 특정계층이나 집단이 아닌 다수를 위한 정책정당, 작은 지역에서 인정을 받고 더 큰 지역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나가는 정치인 양성모델을 실천하는 정당 등이 그것이다.

물론 이 모든 속성을 튼실하게 갖춘 정당이 당장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의 필요성은 계속 높아져 왔고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몇 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0년 지방선거쯤에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때쯤이면 더이상 구태 정당에 대한 지지율 이탈이 엉뚱한 곳으로 몰리거나 투표불참으로 공중으로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2010 지방선거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교두보를 확보한 새로운 정당을 중심으로 19대 총선은 국민들의 관심을 되찾을 것이고 빠르면 차기 대선에서 늦어도 차차기 대선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중심이 된 정당이 집권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정당의 탄생을 위한 제언

더이상 선거를 앞두고 급조되는 정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구심점은 필요하지만 기존 정치인들이 창당과정에서부터 전면에 나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주도하는 식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정치 자영업자들만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오프중심의 창당이 되어서도 안된다. 모든 창당과정은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기존 정당에 대한 비판을 통해 선택받기 보다는 비전과 대안의 제시를 통해 기회를 부여받고 성장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독야청청하기보다는 연대가능한 정당과는 합리적 경쟁과 협조를 병행하며 함께 성장해야 한다.

강기갑, 심상정, 문국현, 유시민 등이 함께 소속된 정당을 한번 상상해 보라. 평범하지만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샐러리맨 당원들 중에서 공직자 후보가 나오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이제 더이상 기존 정당들의 가짜 리모델링 약속에 미련을 갖지 말자. 우리 국민들과 가장 가까운 삶을 몸소 체험한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정당다운 정당에 열심히 참여해 보자. 그래서 더이상 최저 투표율에 울상짖고, 특정연령대의 투표율을 문제삼고, 찍을 놈이나 정당이 없어서 투표할 맘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이 씁쓸한 현실을 더이상 되풀이하지 말자.

p.s : 유시민은 통합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자신이 꿈꾸는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데 남은 정치인생을 걸 것임을 천명했었다. 그의 대구출마와 낙선은 그가 선언한 여정의 진정성에 대한 의미있는 시작이라 믿는다. 그가 대구시민의 가슴속에 심어둔 불씨는 무소속 유시민이 아닌 유연한 온건 진보신당의 후보 유시민으로 돌아왔을 때 빛나는 불꽃이 되어 그를 안아줄 것이다. 그리고 전국 곳곳에 희망의 불씨를 당당하게 뿌려 얼어붙은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