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불안했던 컷오프
드디어 1차 관문이었던 예비경선이 끝났다. 기호순으로 발표된 탓에 마지막으로 유시민 후보가 호명되기전까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후보의 경쟁력과는 상관없이 오랫동안 다져온 조직력과 1인 2표제가 담고 있는 악용가능성이 어떻게 결과를 바꾸어 놓을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다수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유시민 후보가 컷오프 안정권 순위에 오른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그들이 진행하는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낮은 것을 감안할 때 더 더욱 안심할 수 없었던 셈이다. 어쨌든 우리들의 바램대로 복잡한 셈법이 필요없는 구도로 본경선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솔직히 유시민 후보가 만약 탈락하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면 나 역시 완전한 포기는 않더라도 이번 대선에 대한 관심과 자발적 참여정도를 매우 낮추게 되었을 것이다. 신명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보일 수 있는 일반적인 모습은 수동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다가 대선에서 그때까지 살아남은 후보 중 그나마 우리의 바램에 가까운 이에게 한 표를 던지는 정도가 아닐까?
예비경선 결과발표 이모저모
공중파는 당선자 발표만 전하고 잽싸게 속보를 접었고 YTN 역시 대동소이한 시간을 할애할 뿐이어서 MBN으로 눈을 돌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당선자 소감, 캠프 대변인과의 인터뷰, 경선결과 평가 등을 연이어 다루며 나같은 지지자의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앞으로 본경선에서도 MBN을 한번 주목해 보자)
당선자 소감을 지켜보면서 한가지 확인한 사실은 순수하게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프레젠테이션 능력으로만 보면 손학규 후보가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본 경선 과정에서 있을 TV 토론회, 합동연설회 등에서 경쟁후보들에 비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생각보다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인 발표력은 후보의 신뢰감에 큰 영향을 준다)
정동영은 벌써부터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자가 다 된거 같은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자신감을 넘어 거만하게 느껴질 정도의 톤으로 탈락한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박수를 유도함과 동시에 모든 후보자들이 끝까지 본 경선 승리자를 도와야 함을 강조했다.(이는 김현미 의원의 MBN 인터뷰에서도 반복되었다)
본인밖에 승리할 사람이 없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는 발언임이 분명한데 다른 후보자가 승리하는 결과를 맞이했을 때 오늘 이 발언때문에라도 딴지걸지 말고 진짜 백의종군하여 평당원으로 괜히 폼잡지 말고 바닥에서 박박 기어주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내심 추미애 후보에 밀려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한명숙 후보 지지자들이 가장 큰 환호성을 올렸는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컷오프에 희생될뻔한 주인공은 유시민 후보로 밝혀졌지만 말이다.(이런 젠장 글 다 쓰고 확인해 보니 4,5위가 바뀌었단다. 그럼 그렇지. 한심한 손정눈치보기위원회 놈들. 보너스로 서영석님 관심사 집계 들어간다)
손정지지율 합계 : 49.21% (손: 24.75%, 정:24.46%)
이유한지지율 계 : 33.93% (이: 14.37%, 유: 10.14%, 한:9.42%)
나머지후보들 계 : 16.86% (추 : 8.82%)
손정지지율 합계가 과연 본 경선에도 유지될 가능성보다는 최소한 10% 빠질 것이고 나머지후보들 지지표 중 추미애를 제외한 표 대부분은 손과정 보다는 분명 제 3 기 민주개혁정부 수립 후보군 대표에게 갈 것이니 그들이 뻔뻔스럽게 주장하고 싶은 대세론은 어이없는 헛발질 되겠다.
본 경선 기호추첨 소식은 모두가 알고 계신것처럼 모든 후보들이 가장 선호하는 1번을 유시민 후보가 받게 되었다. 이해찬, 한명숙, 손학규, 정동영 순으로까지 추첨이 되었다면 더 기분 좋은 그림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재미로 얘기하자면 손학규와 정동영을 유시민과 이해찬 후보가 협공하는 모양새로 볼 수도 있으니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국민경선위원회 vs 손정눈치보기위원회
자칭 국민경선위원회(내용적으로 보면 대빵먹을 것 같은 손학규, 정동영 눈치보기 위원회)는 이미 확정되어 있는 예비경선 결과발표 룰을 어기고 순위를 공개했다. 기존 방침을 그 짧은 시간내에 뒤집으며 명분으로 삼은 얘기가 걸작이다. 혹시 못 읽어 보신 분들을 위해 연합뉴스 기사를 잠깐 인용해 보자.
국민경선위원회는 득표수, 순위 등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바꿔 순위만 언론에 알렸다.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나돌면서 경선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비경선 결과발표 룰을 결정할 때 각 캠프에서 이런 식의 '설'을 주장할 것을 정녕 몰랐단 말인가? 또한 '설' 수준으로 남아 있는 것이 더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것 아닌가? 계속 궁금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본경선 초반구도를 통해 이를 확인해 보는 재미야말로 흥행에 도움되면 됐지 마이너스 될게 무엇이 있는가?
또 이런 '설'때문에 어떻게 경선 판이 흔들린다는 것인지 일단 묻고 싶다. 경선이 흥미가 있으려면 대다수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오면서 경선 판이 흔들려야 되는거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구도가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내말이 맞지? 손정눈치보기위원회야!!
결국 득표율까지 공개하는걸 의논해서 내일 결정하기로 했다면서. 정동영 측에서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공개하는게 유리한가 보지? 대신에 심판이라고 할 수 있는 너희가 먼저 룰을 깼기때문에 나머지 진영에서의 요구도 군말 없이 받아들이기 바란다.
특히, 1순위표 지지율과 2순위표 지지율 꼭 구분해서 공개하기 바라고 이왕 공개하는거 지역별,연령별,성별,선거인단별 등 세부사항도 모두 알려주기 바란다. 우리도 제대로 된 결과분석 좀 해보자 이 말이다. 너희끼리만 유리한 내용 가지고 손장난 하지 말고.
그런데 더욱 중요한 본경선시 여론조사 방식 도입여부와 반영비율 등에 대해서는 너희들이 단체로 눈치 보는 두 후보가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으니 어쩔래? 괜히 골치 아프다고 이미 확정된 모바일이나 인터넷투표 관련내용 건드리지는 말아라.
하긴 너희들이 무슨 결정권한이 있겠니? 손.정 두 후보께서 잘 타협하기만을 기도하고 그 결과가 나오면 황송하게 반영하면 될 것을. 너희들 앞으로 어떻게 하나 계속 지켜보마. 그리고 이거 하나만 알아 두어라. 본경선이 시작되면 너희들의 덜 떨어진 예측이 얼마나 허접하게 틀렸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손.정 화장발 벗기기의 시작 - 백분토론
본경선이 시작되자마자 조중동의 왜곡질 사각지대인 생방송 토론회가 시작된다. 방송시간대가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저조할 수 밖에 없는 심야시간이지만 예비경선 결과발표 이후에 바로 열리게 되는 이번 토론은 평균시청률을 분명 넘어서는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분토론 홈페이지 내용에 따르면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대통합 민주신당의 대선 필승전략과 그간 논란이 되고 있는 참여정부와의 공과, 후보들의 핵심공약 등의 당내 경선과정에서의 핵심쟁점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한 후보간 평가과정에서 손학규와 정동영의 진면목을 우리는 확인하게 될 것이다.
또한 10여분 정도 내외의 시간만이 주어졌던 예비경선 토론회에서조차 이해찬 후보에게 된통 얻어맞았던 손학규와 정동영이 정확한 팩트와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퍼붓게 될 이해찬 후보의 논리에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손학규는 또 다시 진땀을 흘리며 동문서답을 연발할 것이고, 정동영 역시 대립구도가 명백해진 상황에서 더이상 포장된 언변만을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궁색한 정치행보를 변호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다.
유시민 후보와 한명숙 후보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자신들의 정책과 비전을 국민앞에서 직접적으로 알리고 설명하는데 시간이 부족했던만큼 손학규나 정동영에 대한 공격보다는 자신들을 알리는데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악의 언론환경을 감안해 보면 대국민 직접 메시지 전달이 가능한 TV 토론회야말로 제 3 기 민주개혁정부 수립 후보군들이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국민 호소가 가능한 소중한 시간인만큼 철저한 준비와 역할분담을 통해 왜곡된 참여정부의 이미지를 복원시키고 손.정의 위선적인 화장발을 벗겨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