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법 부결 단상

오늘 3년을 끌어왔던 국민연금개혁법이 부결되었다. 찬성 123명, 반대 124명에 어이없는 기권이 23명이다. 반대 124명이야 뻔하다. 한나라당 + 민노당이니까. 그렇다면 기권 23명은 누구일까? 찬성도 아니고 반대도 아닌 이 박쥐같은 인간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들일까?

탈당파라는 명칭을 가진 구국집단일 수도 있고 민주당 의원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의 연금 개혁법안은 원래 민주당 의원들은 다수가 찬성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기권을 한 몰염치한 국회의원들은 탈당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 개정안 표결에 불참한 3명의 국회의원 김한길ㆍ변재일ㆍ조일현 (이상 통합신당모임)   정부 개정안에 기권한 23명의 국회의원 김낙순ㆍ노웅래ㆍ노현송ㆍ박상돈ㆍ서재관ㆍ양형일ㆍ우제창ㆍ우제항ㆍ이강래ㆍ이종걸ㆍ장경수ㆍ전병헌ㆍ제종길ㆍ주승용 (이상 통합신당모임), 우윤근ㆍ이계안ㆍ천정배ㆍ최재천 (이상 민생정치모임), 김무성ㆍ박형준ㆍ서병수ㆍ이상배 (이상 한나라당), 최연희(무소속)

그런데 국민연금개혁법안이 부결된 후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언제나 코메디는 국회에서 일어난다. 쇼는 계속되야 하고 쇼당원들은 제 몫을 톡톡히 하게 마련이다. 연금개혁법의 보완적인 기능을 하는 [기초노령연금법]은 찬성 254, 반대 9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된 것이다.

이 법의 통과로 인해서 65세 이상 노인분들 중에서 생활이 어려운 경우에 매달 8만 5천원 정도의 돈이 지급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국민연금 개혁 없이 기초노령법만 통과가 되서 재정은 더욱 악화시킨 것이다. 돈은 부족한 데 부족한 곳간은 메울 생각이 없고 다시 퍼낼 생각만 한다.

다~~ 똑같은 인간들이다. 민노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표 받을 생각만 한다. 귀신은 뭐하나 모르겠다. 저런 인간들 안 잡아가고.

아쉽지만 튼튼한 곳간을 만들 생각은 없고, 창고지기 눈치만 보겠다는 심보다. 그러나 창고지기는 바보가 아니다. 창고가 비워지면 질 수록 채워야 할 곡식을 벌어야 할 사람에 본인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창고는 점점 더 빌 것이고, 곡식을 받아야 할 사람은 점점 많아진다. 따라서 젊은이들에게 점점 더 노인의 노후를 책임지우는 사회적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는 저 여의도의 닭대가리들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민노당과 한나라당의 정략적 물타기였다. 민노당은 오늘 정치력의 밑바닥을 보여줬다. 이기적 계산과 비열한 정략에 의한 민노당의 행동은 신사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도 아니었다. 왜 저렇게 변하는지...

때로는 민노당 국회의원들의 지나친 독설이 눈쌀을 찌푸리게도 했지만, 국회의 소금으로서 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더 넓은 정치적 땅을 민노당이 차지해서 활기찬 정치적 상상력을 보여주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희망은 때로 헛되고 헛되다는 것을 느낀다. 

책임있는 각료로서  1년 여 동안 성실하게 활동했던 유시민 장관은 쓴 실패를 맛봤을 것이다. 사람이 변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세상이 변하는 것이 더 쉽다. 대한민국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입법의 정당성보다는 늘 개인적 이해를 더 따진다. 뱃지를 다느냐 안 다느냐, 우리 패거리가 흥하느냐 망하느냐 이것이 제 일의 관심사다.

그러니 이 현실에 실망할 필요도 없고 우울할 필요도 없다. 현실을 확인하고 아는 것도 다음을 위한 토대가 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유시민이 못했다면, 그것이 지금 우리 역량의 최대치이다. 

어려운 일을 하려는 자는 언제나 시련을 만난다. 유시민 장관은 이런 일을 또 만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다가 안 되면 돌아가면 된다. 숲에 들어선 빽빽한 나무가 모든 빛을 막는다고 해도 어딘가에 있는 빛은 곧 다시 비춘다. 

유시민 장관님, 장관 해 먹기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