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

이곳저곳 할 것 없이 연일 시끄럽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산산조각 날 것처럼 보였던 열린우리당이 봉합되는 분위기다.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의 영향이 크다. 대통령은, 어쨌거나 뭉쳐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열린우리당이 산산조각 날 지는 불투명했다. 왜냐하면, 오합지졸들은 용기도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가 걸릴 지는 모르지만 공중분해되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겐 레임덕 따위는 없다.

참정연 소속 의원들이 기초당원제를 수용한다고 했다. 참정연이 연일 시끄럽다.

참정연은 회원 중심의 조직이다. 참정연의 최고의결기구는 회원총회다. 며칠간 참정연 회원들의 감정은 그야말로 폭발 직전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흥분하진 말아야 한다. 그동안 함께 해온 동지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대통령의 강력한 설득이 있었다고 한다. 참정연 회원들에게 진심을 담아 위로 말씀 전하고 싶다. 김형주 대표, 김태년 의원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더불어 현재 회원들의 거친 항의 목소리에 김형주 대표, 김태년 의원 등 참정연 소속 의원들도 섭섭해해선 안된다. 물론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이게 모두 정동영의 계략이다.

정동영식 계략의 핵심은 바로 ‘소수개혁모험주의자’들을 ‘왕따’시키는 것이다. ‘소수개혁모험주의자’들이란 바로 참정연을 필두로 한 그 세력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독야청청 통합신당 만들어서 먹겠다는 거다. 당의장을 2번이나 한 작자가 자기 말마따나 ‘소수’인 사람들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이런 소갈딱지가 대통령을 하겠단다. 세상이 말세다.

정동영 요즘 바쁘다, 말 바꾸느라.

열린우리당은 본인이 만든 것이 아니고, ‘소수개혁모험주의자’들이 만들었단다. 만든 것도 그들이고, 말아먹은 것도 그들이다. 그래서 본인은 책임 없다는 것이다. 이게 집권여당의 당의장을 2번씩이나 해쳐먹은 자의 첫 번째 논리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했다. 열린우리당을 지키자고 한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현 모습이 어찌되었건, 함께 가자고 한다. 목 메이는 모습이었다. 저러다 눈물이라도 뚝뚝 흘리는 거 아닌가, 걱정마저 되었다.

대통령 기자회견 이후, 정동영이 또 말을 한다. 열린우리당은 본인이 만든 것이란다. 참 별난 사람이다. 다른 사람 생각도 하면서 살자. 내가 다 낯이 뜨겁다. 이 뻔뻔한 사람아.

흔히 언론에서는 정동영 계파라고 해서 7~80명의 의원을 거론한다.

김근태 계파는 3~40명 선이라고 한다. 이거 거품이 너무 많다. 특히, 최근 같은 상황에선 좀 더 확실한 셈법이 필요한 법이다. 지금 정동영이 탈당한다고 해서 함께 할 의원은 30명 정도다. 김근태는 10명 정도? 아무튼. 꼴을 보아하니, 정동영으로선 이러다간 정말 죽도 밥도 안되겠다 싶겠지. 그래서 겨냥한 것이 열린우리당 중도파 및 중진들이다. 중도파 및 중진? 그래봐야 이 사람들도 나름의 명분 찾고, 이런저런 눈치 보는 사람들일 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는 정동영으로선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책임전가다.

‘소수개혁모험주의자’라 칭하고, 국민들은 당원제도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는 망발도 서슴치 않는다.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인다. 내 세력은 결집시키고, ‘소수개혁모험주의자’들을 압박한다. 나가라고 한다. 내쫓으려 한다. 죽이려고 한다.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운 뒤에, 명분은 고스란히 가지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그 뒤에 중도파라 불리는 사람들과 중진들을 데려가겠다는 계략이다.

그야말로 ‘소수’인 ‘개혁모험주의자’들은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

정말 ‘소수개혁모험주의자’로 전락하고, ‘기득권자(란다, 나 참!)’로 사라져간다. 그래서 밀리면 안된다. 밀리면 ‘개혁’은 없다. 물론, ‘기간당원제’도 없다. 이도저도 싫으면 포탈사이트에 카페 하나 열어서 옹기종기 모여 ‘기간회원제’하면 된다. 우리, 계속 ‘개혁주의자’ 하자. 그래야 한다.

굴욕적이고 서러워도 참아야 한다. 때로는 참아야 하고, 때로는 전략적이어야 한다. 그게 정치다. 안될 것 같아도 되게끔 만드는 거, 당연히 될 것 같아도 되지 않게끔 만드는 거, 그게 정치다. 우리가 여태껏 해왔던 게 그런 거다. 우리는 되지 않을 것 같아도 되게끔 만드는 능력이 있다.

전략적이다, 정략적이다, 그거 나쁜 말 아니다. 나쁜 데 쓰면 나쁜 말이 되는 거고, 좋은 데 쓰면 좋은 말 된다. 우리도 정략적으로, 전략적으로 하자.

참정연 소속 의원들이 기초당원제 수용한다고 하니, 정동영으로선 상당히 난감할 거다.

자신이 판 함정이니, 난감해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닭짓’이라는 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잔머리 굴리고 있을 거다. ‘그냥 중앙위원회의에 불참해서 무산시켜버려?’ 이런 생각도 할 거다. 하지만 그 순간 명분은 우리에게 넘어온다. 정동영은 닭짓 계속하기 바란다. 가끔은 세상에 도움 되는 일도 해야 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