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의 대한민국은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뜨거운 반대 열기로 뜨겁습니다. 내일(5월 15일) 과연 정부가 원안대로 쇠고기 수입에 대한 고시를 강행을 할 경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쇠고기 재협상의 목소리도 뜨겁습니다. 일련의 논의를 지켜보면서 "단순히 재협상만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뭔가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논의과정에서 재협상만을 요구할 뿐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재협상해야 하는지에 논의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물론 논의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이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런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재협상을 할 경우 관철해야 할 요구사항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전무하다고 보여집니다. 실제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www.antimadcow.com)"의 어떠한 게시판이나 브리핑 자료를 보더라도 재협상을 촉구하고 미국 쇠고기의 위헙성을 지적하는 글만 넘쳐날 뿐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재협상을 할 경우 다시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협상 요구와 병행하여 재협상시 정부가 지켜야 할 가이드 라인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재협상을 하더라고 국민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는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재협상시 한국이 지켜내야 할 검역주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쇠고기 수입 부위와 월령 문제
이번 협상으로 30개월 미만 소의 전 부위와 30개월 이상 소의 SRM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수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과 같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30개월 미만의 소의 SRM을 제외한 모든 부위"로 한정을 해야 합니다. 물론 이 부분을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을 견지하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협상의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원칙의 확립이 중요합니다.
그럼 가장 현실적인 요구, 좀 더 정확이 표현을 하자면 이 부분에 대해 양보를 할 수 있는 임계선이 어디인가도 함께 제시를 해야 할 것입니다. 즉, 협상 대표들에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하면서 협상의 재량권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월령 제한을 풀어주더라도 제한 부위의 원칙은 지켜야 할 것입니다.
특히 현재 일반인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는 선진회수육(advanced meat recovery product:AMR)에 대한 수입 금지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선진회수육이란 "살코기를 발라낸 후 뼈에 붙어 남아있는 고기 조각들을 다시 회전 벨트에서 갈아내는 방법으로 추출한 쇠고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선진회수육은 뼈에 붇은 잔고기를 기계를 이용해 채취하기 때문에 뼛조각이나 신경과 골수 조직이 섞일 위험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정부가 너무너무 사랑하고 존경하는 OIE(국제수역사무국)도 선진회수육의 사용을 금지하는 권고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는 30개월 이상의 소의 머리뼈와 척추에서 생산된 선진회수육만을 수입 금지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약을 하자면 재협상시 쇠고기 수입 부위와 월령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30개월 미만 소의 SRM과 선진회수육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고수하되 협상의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월령 제한은 풀어 주더라도 SRM과 선진회수육의 금지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도축 가능한 소도 도축 전 미국에서 100일 이상 사육된 소의 조항도 폐기해야 할 것입니다.
2. 쇠고기 도축 가공 작업장 승인권과 감독권
한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쇠고기를 도축하여 생산할 수 있는 작업장의 경우도 한국 정부의 현지 점검하여 승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협상으로 미국의 모든 작업장에서 수출용 쇠고기를 생산을 한다면 현실적으로 한국 정부의 감독권의 행사가 불가능해 집니다. 따라서 쇠고기를 수출할 의사가 있는 작업장은 한국 정부의 현지 점검과 실사를 통해 승인된 작업장으로 제한을 함으로써 한국 정부의 감독권이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승인권과 더불어 감독권도 강화해야 합니다. 이번 고시가 발표되면 한국 정부는 작업장 중 대표성 있는 표본에만 현지 점검이 가능하며, 중대한 위반이 있다 하더라도 미국 정부에 통보만 가능합니다. 이런 황당한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따라서 모든 작업장을 대상으로 현지 점검을 실시할 수 있으며, 특히 중대한 위반 사실이 발견될 경우 해당 작업장의 수출 중단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또한 수시 감독권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에 조사단을 파견하여 2주에 걸쳐 작업장을 실사한다고 합니다. 그것도 미국 정부가 짜 준 스케줄에 따라서 실사를 한다고 합니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건 마치 유흥 업소를 단속하는데 "몇월 몇일에 단속을 나가니깐 조심해라."라고 미리 통보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따라서 감독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수시 감독권도 반드시 보장받아야 합니다.
3. 수입 개방 시점
강화된 동물사료 금지조치를 전재로 개방을 한다면 그 시점도 "공포"시점이 아닌 "이행"시점으로 결정을 해야 합니다. 또한 이번 협상의 논의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였듯이, 강화된 동물사료 금지조치에 대하여도 명확히 규정을 해야 합니다. 즉, 동물사료 금지조치의 내용을 특정하고 그 조치가 실제적으로 이행을 되었을 때를 산정하여 수입 개방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현재도 활발한 논쟁이 있는 부분이고 많은 시민광장님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합니다. 다만 교차오염의 가능성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유럽연합이나 일본의 동물사료금지조치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4. 수입 중단 요건
이 부분은 논의를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통상 마찰이 있더라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 중단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를 하였고 미국의 무역 대표부도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한 용인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재협상이 될 경우 무난히 반영될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이상의 논의를 보면서 시민광장 회원님들 중 일부는 너무나 중복된 이야기의 반복이 어떠한 의미가 있겠는가하고 생각을 하시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여론이 고시 연기와 재협상 요구에 집중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만일 재협상이 이루어질 경우 다시는 현재와 같은 졸속 협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국민들의 합리적인 요구를 정부에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반론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국민의 요구가 모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까도 밝혔듯이 협상에 임하는 한국 정부의 재량권을 제한함으로써 다시는 국민의사에 반하는 졸속협상을 방지할 수 있는 작은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00분 토론에서 송기호 변호사가 제기한 문제의식이 생각납니다. "정부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위험 가능성은 크게 증대한 반면, 그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을 위험에 무방비로 방치한 것이 이번 협상의 결과이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수입개방을 피할 수 없다면, 그에 따르는 위험이 증가한다면 한국 정부는 당연히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안전장치를 강구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원칙 하에서 한국 정부는 미국과 재협상을 해야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글이 또 길어졌습니다. 늘 강조하거니와 논리의 비약이나 과장, 모순은 철저히 필자의 무지의 소산입니다. 시민광장 회원님의 넓은 양해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